[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다문화가정이 점차 늘면서 사회적 관심과 함께 정책적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타운홀 방식으로 진행한 '국민과의 대화'에서는 두 번째 문답으로 다문화 정책에 관한 내용이 다뤄지기도 했다. 조찬형 변호사는 이주 여성에 대한 사건을 맡으면서 다문화가정에 관심을 두게 돼 올해부터 대한변호사협회 다문화가정법률지원위원회 위원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법무법인 청음의 대표변호사로 일하면서 서울중앙지법 등에 국선을 신청해 소수자 등 취약계층을 위한 공익 변호도 진행하고 있다. 조 변호사는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9월 변협으로부터 우수변호사상을 받기도 했다. 조 변호사를 만나 다문화가정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들어봤다.
다문화가정 활동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변호사 2년차 때 필리핀 이주 여성의 이혼 사건을 맡아 처리하던 중 이주 여성이 겪는 고초를 알게 되면서 다문화가정과 이주 여성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이주 여성의 경우 언어 소통의 어려움과 매매혼으로 착각한 남편의 잘못된 사고로 폭행, 폭언에 많이 노출되는 것이 안타깝다. 구체적으로는 이주민 가정을 보면 우리나라 국적을 취득해도 전화로 대화하면 약간 의사소통이 안 된다. 20분~30분이면 끝날 대화가 1시간이 되도 이해가 안 되기도 한다. 천천히 설명해도 다시 연락이 오고, 그 말도 절반밖에 못 알아듣겠다고 한다. 그래서 직접 대화가 필요하다. 그런 경우에는 재판에 갈 때 시간 맞춰서 직접 말한다. 그러한 의사소통의 미흡함이 가정생활에도 이어지는 것 같다. 이주 여성이 이혼한 후 아이를 키우고 싶어도 자신 때문에 한국말이 늦어지면 소위 왕따를 당할까 봐 양육권을 포기하는 안타까운 사례도 봤다. 문화도 그렇다. 최근 양성평등을 추구하지만, 다문화가정은 시댁 위주로 살고 있다. 다문화 이주 여성은 동남아시아 출신이 많은데, 남편이 매매혼 성격으로 생각하는 경향도 있다. 중개업체를 통해 이미 목돈을 써서 저변에 그런 인식이 깔린 것 같다.
대한변호사협회 다문화가정법률지원위원회 위원 조찬형 변호사. 사진/뉴스토마토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진행하고 있고, 최근에 담당한 사건은 무엇인가
지방 소도시에 있는 성폭력·다문화센터의 다문화가정 상담·자문과 대한변호사협회 다문화위원회에서 활동 중이다. 최근에 맡은 사건 중에는 쌍둥이 어머니인 귀화한 이주 여성의 남편이 쌍둥이 중 여자아이를 성추행해 도움을 청한 사건이 있다. 한 차례 성추행해 용서해줬는데, 또다시 그런 일이 발생해 이혼까지 했다. 아들은 못 데려오고 딸만 데리고 나왔다고 한다. 보증금이 없는 집을 구하는 등 본인이 해결할 수밖에 없는데, 몇 개월만 지원을 받았다. 변호사 비용은 50만원이 나왔다. 교통비 정도지만, 해드리겠다고 했다. 지난 주말에도 뵙고 왔다. 갑자기 구한 직장도 아르바이트일 것이다. 시에서 일정 부분 지원이 나오지만, 한시적이다. 또 효부상을 받을 정도로 한국에 와서 시댁에 최선을 다했는데, 남편이 이 여성을 무시하고 부정행위를 저질러 결국 이혼 소송에 이르게 된 사건도 생각이 난다.
다문화가정의 수가 늘고 있는 것에 따라 인식도 개선되고 있지만, 반대로 문제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어떤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하나
현재 우리나라는 다문화가정의 비율이 급격히 커지고, 학생 수도 늘고 있다. 하지만 다문화가정에 대한 편견이 상당하다. 청소년기 학생 사이에서도 서로 이해나 양해보다는 질시하는 풍조가 있어 안타까운 경우가 많다. 실은 어른의 책임인 것 같다. 아마도 사회 구조적으로 너무 경쟁이 치열해서 그런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청소년 역시도 경쟁 속에서 살고 있지 않나. 천천히 가는 것보다 더 빨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경쟁한다. 그래서 약자로 보이면 경시하는 것 같고, 한발 더 나아가 화풀이 대상까지로 보는 것 같다. 다 같은 사람이고, 함께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는 내용의 교육이라면 그렇지 않을 텐데 아쉽다. 다문화 청소년이 피해자가 되고, 이후 사회 부적응자가 되면 또 다른 문제가 될 수 있다. 건전한 청소년을 만들어야 사회 저변이 튼튼해지는데, 부적응자가 자꾸 생기면 궁극적으로 나라에 해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최대한 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근본적으로는 청소년이 주위 사람을 넘어야 할 경쟁자가 아닌 함께하는 동료 또는 친구란 인식을 하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청소년 개인에게 그 인식을 스스로 바꾸도록 요구하는 것은 무리일 것 같다. 기성세대가 먼저 바뀌어야 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부모가 자녀에게 "친구의 피부색이 달라도 같은 사람이고, 잘 지내면 좋겠다"는 말 한마디를 한다면 국가나 학교에서 교육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가 좋을 것이다.
다문화가정 법률 지원 외에도 다양한 공익 변호 활동도 하고 있다
현재 다문화가정뿐만 아니라 사회적 약자가 많다. 어떤 여성에게는 연인 사이였던 남자친구 때문에 젊은 나이에 파산해야 할 처지에 놓인 사건이 있었고, 고령의 할머니께서 생전 재산을 증여한 후 자녀들과 연락이 두절되는 사건 등 생각보다 많은 분이 사회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다. 일반 전업주부도 이혼하면 경제적 문제가 생긴다. 원룸에서 살 수 있도록 해주는 등 지원도 있지만, 경력 단절 여성은 이주 여성처럼 취업하기가 쉽지 않다. 넉넉한 지원이 되면 좋은데, 워낙 필요로 하는 사람이 많으니까 지원이 힘든 것 같다. 과거와 비교하면 국가에서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은데, 재원에는 한계가 있다. 다양하게 혜택을 주니까 개인에게 돌아오는 것을 아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 장애우 등 소수자의 배려도 많이 모자란 것 같다. 장애우의 소송도 보는데, 열약한 소수자에 대한 배려가 많이 부족하다.
지난 9월23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대한변협회관 18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10회 우수변호사상 시상식에서 조찬형(왼쪽 두번째) 변호사를 비롯한 우수변호사 10명이 이찬희(왼쪽 다섯번째)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과 사진 촬영하고 있다. 사진/대한변호사협회
최근 사법·검찰 개혁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법조계 일원으로서 이에 대해 어떤 생각인가
분명 제도의 개선이 필요한 점이 있고, 부당한 대우도 존재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잘못된 제도만큼이나 법조 불신이 심각하다고 생각한다. 상당수 일반인은 법적 문제에 부딪혔을 때 '막연한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잘못한 것보다 더 많은 선고를 받거나 유·무죄가 바뀌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특히 형사적인 문제의 경우 스스로 법조 불신으로 '전관'이란 단어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부당하거나 억울한 일을 피하기 위한 것이겠지만, 정공법으로 당당하게 증거에 의해 법적 문제를 해결하는 풍조가 형성되기를 희망한다. 변호사로서 의뢰인을 볼 때 가끔은 자신이 너무 억울하다는 생각에 법 제도에 관해 오해하는 경우 어떤 점에서 오해하고 있는지를 법조인의 시각에서 최대한 설명하고 있다. 본인은 억울하지만, 실은 법적으로는 억울하지 않을 수도 있다. 왜 사법부가 그렇게 판단하는지를 소통하면 만족하지 못한 결과가 나오더라도 '아, 내가 뭘 잘못했구나'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법조 불신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고 싶어 설명하고 있는데, 법조 불신이 팽배해지는 것 같아 안타깝고 씁쓸한 마음이 든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최소한의 억울함이 없이 다 같이 잘 살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생각만 하고 조금씩 행동하는데, 실천력이 필요한 것 같다. 지금은 소극적으로 실천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변호사를 업무를 하면서 조금 더 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여력이 있으면 더 하는데, 마음의 빚이 있다. 조만간 후원도 하려고 한다.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수 인순이씨가 다문화학교를 운영하면서 토크콘서트를 진행한 적이 있는데, 후원금을 내고 갔다. 이처럼 학교 밖 청소년이 사회에 적응하는 단계가 잘 만들어지길 바란다.
지난 2015년 9월18일 대한변협회관 회의실에서 조찬형 변호사가 민간조사업 입법에 관해 발제하고 있다. 사진/조찬형 변호사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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