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옥살이 무죄 밝히고 사법관행 바로잡아야"
화성살인 누명 윤씨, 재심 청구…이춘재 증인 요청하고 수사기관 범죄 제시
2019-11-13 13:43:51 2019-11-13 14:07:50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검거돼 20년간 수감생활을 한 윤모씨가 13일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윤씨는 자신의 무죄를 거듭 주장했다.
 
박준영 변호사와 법무법인 다산 김칠준 변호사 등 윤씨의 변호인단은 이날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년 동안 억울한 옥살이를 겪은 윤씨의 무죄를 밝히고, 잘못된 사법 관행을 바로 잡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며 "인권 수사와 과학 수사 원칙, 무죄 추정 원칙 등이 더 명확하게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변호인단은 "이번 재심 과정은 단순히 승패 예측에 머물지 않고, 당시 사건 진행 과정에서의 경찰과 검찰, 국과수, 재판, 언론까지 왜 아무도 합리적 의심을 제기하지 않았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20년 동안 수감생활을 한 윤모씨의 재심을 돕고 있는 박준영 변호사가 13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관에서 8차 사건 재심 청구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번 재심 청구의 사유로 박 변호사는 형사소송법 420조가 규정한 7가지의 재심 사유 중 새롭고 명백한 무죄 증거(제5호), 수사기관의 직무상 범죄(제1호, 제7호)를 제시했다. 먼저 새롭고 명백한 무죄 증거에 대해 화성 사건의 피의자 이춘재가 피해자의 집의 대문 위치, 방 구조 등을 그려가면서 침입 경로를 진술한 점 등을 내세웠다. 
 
박 변호사는 "이춘재의 자백은 통상 사건에서 볼 수 없는 이춘재만이 알 수 있는 자백 내용을 담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이춘재의 자백에는 장갑 등을 끼고 범행을 저질렀다는 내용이 들어있을 수밖에 없다"며 "윤씨 자백에는 그런 장갑 내용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수사기관의 직무상 범죄에 대해서는 당시 경찰이 소아마비 장애인인 윤씨를 불법으로 체포·감금하고, 구타와 가혹 행위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글씨가 서툴고, 맞춤법을 잘 모르는 윤씨에게 자술서의 내용을 불러주는 방식으로 작성을 강요하는 등 윤씨의 자백이 강압 수사에 의해 이뤄졌다는 주장이다. 박 변호사는 "윤씨의 무죄를 밝히기 위해 이춘재를 반드시 법정에 불러야 한다"며 "이 사건에서는 30년 전 윤씨의 자백과 최근 이춘재의 자백 중 어느 것을 믿을 것인지가 쟁점"이라고 강조했다.
 
윤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나는 무죄"라며 "오늘은 너무 기쁜 날"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경찰은 100% 믿는다. 끝까지 최선을 다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변호인단은 회견 직후 수원지법에 재심 청구서를 제출했다.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20년 동안 수감생활을 한 윤모(52)씨가 13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자신이 직접 쓴 글을 읽고 있다.
 
화성 8차 사건은 지난 1988년 9월16일 경기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에서 박모(당시 13세)양이 집에서 성폭행당한 후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이듬해 7월 윤씨는 강간살인 혐의로 검거됐고, 그해 10월 수원지법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윤씨는 1심까지 범행을 인정하다가 2심과 3심에서 고문을 당해 허위로 자백했다고 주장하면서 항소했지만, 1990년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윤씨는 이후 20년 동안 복역한 후 2009년 가방석됐다.
 
하지만 이춘재가 8차 사건을 포함한 10건과 다른 4건 등 14건의 살인이 자신의 범행이라고 자백하면서 8차 사건의 진범 논란이 불거졌다. 윤씨는 자신이 억울하게 수감생활을 했다면서 결백을 주장했고, 경찰은 이춘재가 자백한 이후 4차례에 걸쳐 윤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20년 동안 수감생활을 한 윤모씨가 재심청구서를 들고 13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법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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