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공을 많이 들여 기대가 컸던 차종들이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가 야심차게 출범시킨 ‘제네시스’ 브랜드는 반등의 계기를 찾지못하고 있는 데다 기아자동차 ‘스팅어’는 판매 부진이 지속되면서 일각에서 단종 가능성마저 점쳐지고 있는 실정이다.
9일 현대차에 따르면 제네시스 ‘G80’, ‘G90’의 8월 누적 판매는 4417대, 1298대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33.3%, 30.6% 감소했다. 지난해 10월부터 본격 판매한 ‘G70’는 올해 1월 디트로이트 모터쇼 등에서 ‘올해의 차’에 선정되면서 7635대로 무난한 성과를 거뒀다. 다만 5월 1447대에서 6월 1193대, 7월 905대, 8월 1015대로 하반기 들어 감소세를 나타냈다. 스팅어는 8월까지 9453대를 판매해 18.7% 하락했다.
국내에서 G90은 지난해 말 페이스리프트 모델 출시 후 올해 9월까지 1만4024대로 전년 동기(6379대)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반면, G80는 2만8314대에서 1만7581대로 38.0% 감소했다. 같은 기간 스팅어는 4515대에서 2972대로 34.2% 줄었다. 게다가 스팅어는 올해 월별 200~400대에 그쳐 기아차 라인업 중 가장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제네시스와 스팅어가 당초 기대했던 것 보다 부진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말 G90 출시행사 모습. 사진/현대차그룹
제네시스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2015년 직접 브랜드 론칭을 주도했다. 같은해 11월 제네시스 브랜드 론칭 행사에서 정 수석부회장은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성장해 세계 고급차 시장에서 입지를 견고히 하겠다”고 직접 발표했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제네시스는 중국, 유럽 등 해외 진출을 가속화하고 SUV 모델 등 라인업을 확대해 글로벌 브랜드 파워를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 시장과 국내 시장 모두 가시적인 성장세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대형 SUV인 현대차 ‘팰리세이드’와 기아차 ‘텔루라이드’가 미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것과 상반된다.
박재용 한국자동차미래연구소 소장은 “제네시스와 스팅어 모두 가격대를 감안하면 수입차 브랜드와의 경쟁이 쉽지 않다”면서 “제네시스 판매량은 괜찮다고 볼 수도 있지만 프리미엄 브랜드라는 이미지 구축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도 “스팅어는 당초 기대가 낮았지만 그보다도 국내 실적이 좋지 않다”며 “최근 기아차에서 스팅어의 단종설을 부인했지만 판매량 반등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언급했다.
판매 부진으로 최근 단종설까지 제기된 스팅어 모습. 사진/기아차
지난 2016년 출시된 G80의 경우 완전변경 모델 공개 시점이 내년 초로 미뤄지면서 수입차와의 경쟁에서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G80의 경쟁모델로 거론되는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는 9월까지 2만6294대, BMW 5시리즈는 1만1217대가 판매됐다.
현대차그룹은 제네시스 브랜드 최초 SUV인 ‘GV80’를 연내 출시하고 G90 부분변경 모델의 미국 진출도 올해 안으로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내년 초 유럽과 중국에 제네시스 브랜드를 론칭해 판매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네시스 브랜드의 판매증가를 위해서는 유럽이나 중국 등 해외 진출이 필요하다”면서도 “중국은 시장 상황이 매우 좋지 않고 유럽도 렉서스 등 일본 브랜드들도 고전했다는 점에서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소장도 “GV80이 출시를 앞두고 주목받고 있지만 벤츠 ‘GLE’, BMW ‘X5’, 아우디 ‘Q7’, 볼보 ‘XC90’ 등을 경쟁 모델로 볼 수 있다”면서 “GV80 가격이 높게 책정된다면 경쟁 차량들과의 경쟁이 녹록치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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