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200억원대 배임·횡령 혐의로 기소된 조현준 효성 회장이 1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다만 재판부는 조 회장을 법정구속하진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재판장 강성수)는 6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조 회장에 대해 이같이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김성남 전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GE) 대표와 손현식 노틸러스 효성 대효는 무죄를 선고받았고, 류필구 전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HIS)·노틸러스효성 대표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한상태 전 효성 건설 퍼포먼스유닛(PU) 상무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효성그룹 송사는 2014년 동생 조현문 변호사의 고소·고발로 불거졌다. 조 회장은 2012년 (주)효성의 소그룹 갤럭시아의 LED 업체 갤럭시아 일렉트로닉스(GE) 유상감자 과정에서 경영진이 자사주 배임 및 주주평등에 위반한 풋옵션 처리로 회사에 피해를 입히고, 2005년 효성이 신사업으로 추진한 아트펀드 조성 관련 개인 취득한 미술품을 갤러리에 출연한 뒤 3일 만에 펀드로 편입하는 방식으로 2008년 11월 21점, 2009년 4월 18점을 매각함으로써 사실상 특수관계인 거래금지 조항 회피를 위해 이름값만으로 거액 자금을 지급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촉탁사원으로 근무한 사실이 없는 6명을 직원으로 등재해 3억7400여만 원을 사용하고, 7억여 원의 부외자금을 조성한 혐의도 받았다
재판부는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에 대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은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주가 유상감자를 통해 자본을 회수한 후 어디에 사용이 가능한지에 대한 법령상 제한이 없다”며 “조 회장이 대금 상환을 위해 유상감자를 했다고 해서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이 사건 자기주식 취득은 배당 이익 범위에서 주주 수에 따라 균등하게 배분됐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론 유상감자와 자기주식 취득을 GE 신용 관계 업무 위배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아트펀드에 대한 업무상 배임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아트펀드 당사자들은 거래의 독립성 확보와 이해충돌방지를 위해 아트펀드 편입이 엄격히 금지된다”며 “효성이 한국투자신탁운용과 의견대립이 없었다고 했으나 효성 회장인 피고인의 영향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또 “피고인은 개인적으로 소유한 미술품을 시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출연해 아트펀드에 편입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다만 “조 회장의 말처럼 미술품이 시가보다 상승했을 수 있고 특경법 위반액은 신중하게 산정돼야 한다”며 “피고인이 이득을 취한 사실은 인정되나 특경법이 아닌 형법상 업무상 배임죄를 적용했다”고 덧붙였다. 그 외 지인 허위취업 및 횡령 혐의 등도 유죄로 인정했다.
200억 원대 배임·횡령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조현준 효성 회장이 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재판부는 조 회장에 대해 “효성그룹 장남이자 사건 당시 효성그룹 부사장 등으로 재직하며 상당한 영향력을 미친 피고인이 한상태와 지인들을 10여년 기간 계열사에 허위로 취업시켜 16억원 정도를 횡령하고, 보유하던 미술품 등은 편입할 수 없음이 명백함에도 2008년경 경제위기로 미술품 시장 전망 나빠지던 상황에서 자신이 지배하던 트리니티에셋이 보유하던 물품들을 비싼 가격으로 편입해 아트펀드에 손해를 끼쳤다”고 범죄 사실을 언급했다. 이어 “각 횡령 범행은 오로지 사익 취득을 위해 회삿돈을 임의로 사용하고, 개인범행의 경우도 회사 업무 수행을 빙자해 자신이 소유한 미술품들을 실제 가치보다 높게 처분해 이득을 취한 것으로 확인된다”며 “특히 피해자 중 하나인 주식회사 효성은 상장된 주식회사고, 효성인포메이션은 효성과 HDS가 각각 50% 지분을 보유한 회사로서 주주 피해자가 여럿이고 범행 죄질도 나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계열사 돈 횡령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으로 2010년경 징역 1년 6월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고 그 재판이 계속되는 동안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횡령범행을 저질렀다”며 “2012년경 집행유예가 확정된 후 특별 사면된 와중에도 2014년 9월경까지 계속 효성 법인카드를 개인명목으로 사용하며 16억원을 써 집행유예를 받고 대법원에 계류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지하게 반성하는지 의문이고 재범 가능성도 높다”며 “피해금액을 변제한 점 등은 유리한 정상이나 막대한 자산을 보유한 경영자가 이제야 행한 조치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잘못된 인식을 갖게 함으로써 범죄 예방 측면이나 투명한 경영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무죄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다른 피고인들에 대해서는 “조 회장의 영향력을 고려하면 지시를 거부하는 것이 현실상 어렵고 횡령 및 배임으로 개인적으로 취득한 금액이 없다”며 건강상의 이유 등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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