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서울시가 야심차게 내놓은 '서울형 대안학교' 계획이 표류 중이다. 종교 기관이 운영하는 대안학교를 포함시킬지를 아직 결정하지 못하면서, 계획의 시행 여부까지 불투명해졌다.
서울시는 서울형 대안학교 선정을 위한 TF를 새롭게 구성할 계획이라고 29일 밝혔다. 원래 전문가 위주로 TF를 가동해 선정 세부 기준을 만들려고 했지만 결론 도출이 안되자 다시 조직을 꾸린다는 설명이다.
세부 기준 도출을 못한 이유는 기독교 대안학교들의 반발 때문이다. 지난 1월 서울시는 서울형 대안학교 정책을 처음으로 발표하면서, 종교·정치적 편향성이 없는 법인·단체가 운영해 교육 보편성을 충족해야 한다고 정한 바 있다. 서울형 대안학교는 운영비의 70%를 서울시로부터 지원받는데, 학교밖 청소년에게도 질 좋은 교육을 제공해 학습평등권을 구현하는 취지다.
당초 서울시는 세부 기준을 상반기에 확정하고 오는 10월 15곳을 선정하려고 했으나 기독교 대안학교를 중심으로 수업 자율성 침해 논란이 일어났다. 애당초 공교육과 맞지 않는 청소년들을 위한 게 대안학교인데, 종교성을 이유로 관이 지나치게 통제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논리였다.
반발에 직면한 서울시는 선정 세부 기준 확정을 계속 미뤄왔다. 지난 4월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학교 밖 청소년' 정책 토론회에서 서울시는 기준 확정 시일을 7~8월로 늦췄다. 기존 입장을 번복하면서 종교·정치적 편향이 선정 기준이 아니라는 입장까지 보였다.
시간이 흘러 약속한 8월이 돼도 기준은 확정되지 않았고, 그러자 이제는 계획 전체까지 불확실해졌다. 10월에 발표하겠다던 서울형 대안학교 선정 날짜, 더 나아가 선정 여부 자체에 대해 서울시는 검토하겠다는 입장만 되풀이하는 중이다.
혼란을 가중시키는 것에는 오락가락하는 법적 판단도 있다. 원래 서울시는 비인가 대안학교에 대해 여성가족부 '청소년수련시설 관리운영 지침'을 준용해 종교 프로그램이 불가하다는 입장이었지만 최근에는 또 애매한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법적으로 불가하다는 입장은) 지금까지 정책 방향이었고, 더 확실한 것을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며 "조금 더 정확한 자료를 확인하기 위해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말했다.
법적 판단이 뒤바뀔 가능성도 있어보인다. 여가부 관계자는 "청소년수련시설과 비인가 대안학교는 서로 다른 문제"라며 지침 준용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이럴 바에는 종교성 여부에 크게 얽매이지 말라고 주문하고 있다. 윤철경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종교적·정치적 편향이라는 기준 자체가 애매하다"며 "종교 대안학교를 무조건 거르는 게 아니라 교육 내용을 들여다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에 있는 IT기독학교 모습. 사진/신태현 기자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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