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의료기술 발전 속에도 '암' 정복은 여전한 난제로 남아 있다. 1세대인 화학항암제에서 2세대인 표적항암제, 3세대 면역항암제 등 진화를 거듭하며 과거에 비해 환자 생존율도 껑충 뛰었지만, 완치를 위한 치료제가 등장하지 않은 탓이다. 때문에 세계 최대 암 관련 학회로 꼽히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는 최신 항암 트렌드를 한 눈에 볼 수 있어 주목도가 높다. <뉴스토마토>는 국내를 대표하는 암 임상연구자그룹인 '대한항암요법연구회' 홍보위원장인 최혜진 교수(연세암병원 종양내과)를 통해 올해 ASCO에서 발표된 항암 요법과 암 치료 현황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올해 ASCO에서 발표된 국내 항암요법은 어떤 것이 있나
올해는 총 184건의 국내 연구진 발표가 진행됐다. 이 가운데 연구회가 주목한 것은 젊은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국내 연구자 주도 임상 2건이다. 서양의 경우 대부분의 임상은 폐경후 여성을 대상으로 진행돼 난소에서 여성호르몬이 나와 호르몬 수용체가 양성인 암의 성장을 촉진시키는 젊은 환자들에게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 박연희 교수(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와 임석아 교수(서울대병원 종양내과)가 발표한 연구 등은 암 진행이 더 공격적일 수 있는 젊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라는 데 의미가 있다.
지난 몇 년 새 다양한 암종의 치료에서 탁월한 진보가 이루어져 많은 암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실제 진료 현장에 있는 의사 입장에서 볼 때 항암 치료가 진보됐다는 것을 체감하는지
전적으로 체감한다. 특히 항암제 발전이 두드러진다. 기존 항암제도 좋아졌지만 표적·면역항암제 등장 이후 치료 예후에 대한 데이터가 나오고 있고 눈에 띄게 좋아졌다. 실제 임상에서도 환자들이 훨씬 오래 생존하는 등 대부분의 암종에서 진보가 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췌장암 생존율은 두배 정도 늘었고, 생존 기간이 길어진 탓에 환자 수도 늘었다. 최근 항암제들이 기존 세포독성항암제들보다 독성 완화 기능이 좋아지며 환자 삶의 질도 높아졌다는 점 역시 의미가 있다.
향후 항암트렌드 방향성을 전망하자면
환자 맞춤형으로 진화될 것으로 보이며, 이는 전 세계적인 흐름이다. 국내사들 역시 항암제 개발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어 대형 제약사는 물론 벤처들도 무게를 싣는 추세다. 국내 기술 진보와 개발사들이 많아진 부분은 긍정적인 요소다. 다만 성공적 항암제 개발을 위해선 연구회를 비롯한 (실제 환자치료와 임상을 수행하는)전문가 집단과의 활발한 교류를 통해 성공률을 높이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진료의로서 암 환자들이 치료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암 환자에게는 치료와 동반돼 겪는 심리적, 경제적, 사회적 문제가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단순히 치료에 집중하는 외과나 종양내과가 이런 부분까지 관리하기란 어렵다. 때문에 다양한 영역이 협업하는 완화의료팀이 필요하다. 진단 초기 심리적인 부분의 관리나 경제·사회적인 컨설팅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현재 연세암병원을 비롯한 대형병원 위주로 전담팀이 존재하는 상황이며, 암 환자의 전반적인 치료에 이상적인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지난 1998년 6월 설립된 대한항암요법연구회는 전국 주요 병원을 비롯한 110여개 기관과 800여명의 회원을 보유한 국내 대표 다기관 암 임상연구자그룹이다. 암에 관한 국내·외 다기관 임상시험 수행 및 지원, 회원 간 교류를 통해 새로운 암 치료법 개발과 올바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특히 올해로 4회를 맞은 간담회를 통해 ASCO 주요 발표 내용과 국내 연구진들의 성과를 소개하는 활동을 진행 중이다.
최혜진 교수가 지난 6월 대한항암요법연구회가 개최한 ASCO 발표 주요 내용 관련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대한항암요법연구회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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