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 사태의 관리·감독기관인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매끄럽지 못한 일처리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허가 과정의 오류를 잡아내지 못한 것은 물론, 허가 취소 발표 시 허술했던 행정절차 등이 연일 입방아에 오르며 인보사 후폭풍을 피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인보사 사태에 따른 다양한 후폭풍이 예고된 가운데 규제당국인 식약처가 십자포화를 맞고 있다. 환자와 시민단체는 물론 정치권까지 나서 수사대상 포함을 촉구하는 한편, 코오롱생명과학 마저 품목허가 발표의 적법성에 반발하고 나서는 등 각 계 공세가 줄을 잇고 있다.
인보사 사태로 가장 큰 타격은 당연히 코오롱생명과학이 입었다. 이미 계약된 1조원 이상의 기술 수출 계약과 미국 진출을 불투명해졌고, 환자 및 시민단체·식약처와의 소송도 기다리고 있다. 또 향후 환자 추적조사에 투입되는 800억원의 비용과 개발 과정에서 정부로부터 받은 100억원대 지원금도 환수 부담 등 회사 존립 자체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인보사에 치명적인 결론과 처분을 내린 식약처 역시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 그동안 식약처는 인보사 사태와 관련해 줄곧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20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해당 오류에 대해 발견하지 못한데다, 허가 과정에서의 의혹, 사태가 불거진 이후 더딘 조사로 신뢰성을 갉아왔기 때문이다. 해당 부분은 식약처도 인정하고 보완 및 개선 계획을 밝혔지만 뒤늦은 발표가 아니냐는 비판이 주를 이루고 있다.
여기에 더디게나마 진행된 결과를 기반으로 한 지난 28일 품목허가 취소 발표는 적법성 논란에 휩싸였다. 품목허가 취소 발표 전 회사 측 입장을 사전에 듣고 조율하는 절차를 무시했으며, 이는 자칫 취소 결정 자체가 법적 근거를 상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코오롱생명과학 조차 이 같은 취소 처분이 무효가 아니냐며 반발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해당 발표는 인보사 관련 종합조사 결과에 따른 조치로 허가 취소 처분 절차를 진행한다는 의미이며, 예정 처분의 내용과 원인이 되는 사실 및 법적 근거 등을 회사 측에 통지한 바 있다"라고 해명했지만 매끄럽지 못했던 매무새에 큰 설득력을 얻지 못하는 분위기다.
청문 통지가 반드시 비밀리에 진행돼야 한다는 규정이 없어 식약처의 방식이 위법성은 없다는 시각에 무게가 실리고 있지만, 과정의 매끄러움은 아쉽다는 분석이다. 다음 달 코오롱생명과학이 청문 절차 이후 품목허가 취소가 확정되면 행정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큰 만큼 향후 소송과정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업계 관계자는 "제조 및 유통사인 코오롱생명과학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것은 자명하지만, 허가 과정과 사후 처리에 있어 보여준 모습들이 식약처에 큰 타격을 준 것은 사실"이라며 "업계 입장에선 이번 일을 계기로 식약처 시스템이 개선돼 문제없는 기업들의 개발에 차질이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민단체와 정치권 역시 식약처에 대한 비판 성명을 쏟아내고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지난 28일 성명서를 통해 "당초 품목허가를 내준 식약처 또한 수사 선상에 올려 철저히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윤소하(정의당) 의원도 논평을 통해 "이번 사태 발생 과정에서 왜 이런 대국민 사기가 발생되었는지 신약을 허가했던 당사자인 식약처의 책임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언급이 없이 제조사인 코오롱생명과학만 잘못을 저지른 것인냥 모든 책임을 지웠다"라고 꼬집었다. 지난달 30일에는 시민단체인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식약처를 직무유기로 검찰 고발한 바 있다.
강석연 식품의약품안전처 바이오생약국장이 지난 28일 오전 충북 청주 식약처에서 '인보사케이주'에 대한 최종 조사 결과 발표를 하며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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