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기계·자동차·전자 산업 등 우리나라 주력 제조업의 설비투자 부진 강도가 심해지고 향후에도 개선될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장기적으로 성장 잠재력을 유지하기 위해 내수 경기 활성화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9일 발표한 '산업별 설비투자 동향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주력 제조업 중 설비투자 국면이 상승에 위치에 있는 산업이 없는 상황에서 경제성장률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설비투자 활성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설비투자지수 증가율은 전년대비 마이너스 19.5%를 기록하며 지난 2015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부문별로는 반도체 제조용 장비 등 기계류(-23.4%)가 운송장비(-7.9%) 대비 크게 부진하며 설비투자 부진을 주도했다.
문제는 설비투자에 영향을 미치는 제조업 경기의 전망이 어둡다는 점이다. 지난해 들어 증가세를 보이던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3분기 이후 감소세로 전환한 반면 재고 증가율은 확대되면서 설비투자 여건이 더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수출 증가율도 지난 2017년 3분기 이후 증가세가 둔화되다가 올해 1분기에는 감소세로 전환되며 설비투자 둔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주력 제조업의 설비투자 여건과 전망을 살펴보면, 자동차·정밀기기·전자·화학·기계 산업의 설비투자는 둔화 혹은 하강 국면에 위치했다. 자동차 산업 생산 증가율은 지난 2017년 4분기 -17.8%에서 지난해 16.6%로 상승세를 회복하다가 올 1분기 2.4%로 회복세가 둔화됐다. 정밀기기는 지난해 3분기 19.3%에서 올 1분기 -7.5%, 전자는 지난해 2분기 17.4%에서 올 1분기 -2.2%로 축소되며 하강 국면에 진입했다.
기계 산업과 화학산업의 경우 생산이 모두 줄고 재고가 크게 늘어나며 하강 국면을 지속하고 있다. 기계 산업 생산 증가율은 지난해 2분기 -3.9% 감소세로 전환된 이후 올 1분기 -11.8%, 화학은 지난해 2분기 5.8%에서 올 1분기 -3.0%로 둔화세가 커지고 있다. 이에 반해 각각의 1분기 재고 증가율은 기계가 3.2%, 화학이 15.8%로 크게 확대됐다.
다만 조선·석유화학 산업 등은 설비투자가 회복 국면에 위치한 것으로 현경연은 판단했다. 업황이 나아지고 있는 조선업의 경우 지난해 4분기 8.3%로 증가세 전환 이후 1분기 생산이 10.4%로 증가폭이 확대됐다. 유가 하락에 따라 석유화학 산업도 동기간 -0.8%에서 2.5%로 상승 전환했다.
현경연은 주력 제조업의 설비투자 부진이 지속될 경우 단기적으로는 국내 고용 및 성장세 회복력을 약화시킬 뿐만 아니라, 중장기적으로는 자본 축적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아 성장 잠재력 또한 낮아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 우려했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산업분석팀 연구위원은 “부진한 내수 경기가 설비투자 부진의 원인임을 고려하면 수요 진작 정책을 과감히 추진해야 한다”며 “경기 안정화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현 재정지출 확대 기조를 유지하고 이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감세정책 병행과 선제적 기준금리 인하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