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정무경 조달청장 "창업·벤처제품 시장진입 사다리 역할할 것"
"70년 조달청 4차 산업혁명과 혁신산업 성장촉진 중점"
"혁신조달 완성한 조달청장으로 기억되고파"
2019-04-08 06:00:00 2019-04-08 06:00:00
[뉴스토마토 김하늬 기자] 작년 여름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그늘막에서 땀을 식히고, 뜨거운 햇볕을 가렸던 경험이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360도 회전하는 대형 자외선 차단막을 만든 신생기업 메탈크래프트코리아는 작년 82000만원의 공급실적을 올렸다. 공급실적이 많지 않아 공공조달시장 진출에 애를 먹었는데 우수한 기술력을 인정받아 조달청의 '벤처나라'에 등록업체로 이름을 올리면서 매출이 급등한 것이다. 조달청이 창업·벤처기업의 공공조달시장 진출을 위한 디딤돌 역할을 제대로 한 셈이다.

취임 100일을 갓 넘은 정무경 조달청장은 임기동안 '혁신조달'을 완성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조달환경이 바뀌는 시점에서 4차산업혁명을 주도할 신기술·융복합의 혁신상품을 정부가 선도적으로 구매하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게 정 청장의 계획이다. 정 청장은 특히 창업·벤처기업들의 우수한 제품이 공공조달시장에 진입해 도약할 수 있도록 성장사다리 역할을 통해 조달청이 혁신성장의 마중물이 되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정무경 조달청장은 <뉴스토마토>와 인터뷰에서 "벤처나라를 시작으로 혁신제품 시범구매, 혁신조달 플랫폼 사업 등 혁신조달 사다리를 만들어 '혁신조달을 완성한 조달청장'으로 기억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진/조달청
 
올해 조달청이 70주년을 맞았다. 앞으로 조달청의 변화 방향과 역할은.
 
조달청 역사가 70년이다. 그동안 분기점이 몇 번 있었다. 먼저 1961년 전후해서 원조물자 중심의 조달이 국내 물품으로 바뀌었다. 조달청 이름도 1961년부터 사용했다. 두 번째는 2002년이다. 직접 계약업무를 체결했었는데 '나라장터'라는 전자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다. 이 때부터 투명성과 효율성이 크게 제고됐다. 최근 조달환경이 또 많이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사회간접자본(SOC), 토지, 건물 등을 공급했는데 4차 산업혁명같은 시대적 변화를 맞이한 영향이 크다. 이제 새로운 혁신 제품들이 많이 쏟아져 나오는데 이를 조달시장에서 어떻게 잘 흡수할지가 관건이다. 조달청이 과거에 물품중심 구매를 했다면 앞으로는 전략적 조달자로서의 혁신조달로 변화를 꾀하려고 한다. 물자를 구매해 제공하는 전통적인 조달의 역할에 그치지 않고, 연간 120조원 규모의 공공조달시장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혁신조달'을 강조하고 있다. 혁신조달은 무엇이고, 어떤 식으로 꾸려나갈 계획인가.
 
미국이나 캐나다 등 외국을 보면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조달시장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 미국 연방조달청의 경우 혁신제품을 시범구매해주고 있는데 슬로건이 '실험실에서 만든 신제품을 조달청이 징검다리가 돼서 시장에서 팔릴 수 있게 해 주겠다'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혁신성장을 정부가 주요 역점과제로 추진하고 있는데 이를 뒷받침 하는 게 혁신조달이다. 초기의 창업·벤처기업들은 새로운 혁신제품을 만들고도 공공조달시장 진입이 어려움을 겪었다. 기존 조달시장의 문턱이 매우 높았기 때문이다. 진입요건으로 현재와 과거의 경영상태 자료나 조달실적 등을 제출해야 하는데 창업기업들이 그 기준을 맞추기 어려웠던 것이다. 때문에 앞으로 혁신조달을 추진하면서 초기 창업·벤처기업들이 조달시장에 들어올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하려 한다. 정부가 혁신상품을 선도적으로 구매해 줌으로써 기술혁신 기업이 진입해 성장하고 도약할 수 있는 성장사다리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창업·벤처기업의 조달시장 진입 방안은.
 
창업·벤처기업이 기술혁신제품을 개발해도 경영 상태나 납품실적 부족 등으로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등 조달시장에 바로 진입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에 이런 제품을 홍보하고 거래할 수 있도록 전용몰 '벤처나라'201610월에 구축해서 창업·벤처기업의 판로를 지원하고 있다. 이 곳에서는 경영 상태나 납품실적 자료를 요구하지 않고 오로지 기술력만 평가한다. 역사가 짧고 시장에 잘 알려지지 않아 안타까운데, 201754억원에서 2월말 203억원으로 대폭 증가해 약 3800개 상품이 등록돼 있다. 기술력에 자신만 있는 상품이라면 나라장터를 고집 하기 보다 벤처나라를 통해 승부를 거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나라장터보다 낮은 기준을 적용하고 있어 실제 벤처기업들의 호응도가 매우 높다. 또 벤처나라 구매실적을 토대로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등 더 큰 시장으로 성장하는 성과도 거두고 있다. 벤처나라가 조달시장 진입창구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예컨대 야간에 LED 조명을 투사해서 벽면이나 바닥에 이미지와 문자를 광고하는 경관조명장치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주부가 연구개발해 공장 등 제조설비 없이 벤처나라에 등록했는데 성공해서 종합쇼핑몰까지 성공적으로 진출했다.
 
고용지표가 계속 좋지 않다.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 조달청 역할은 어떻게 마련하고 있나.
 
기본적으로 일자리 창출은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중심 역할을 해야 한다. 하지만 조달시장 규모가 약 120조원으로 매우 크다. 즉 고용을 많이 하는 기업과 고용의 질이 좋은 기업, 근로환경이 좋은 기업 등 일자리 우수기업들이 조달시장 참여시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취업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여성이나 장애인, 노인 일자리를 많이 제공할수록 가점을 주는 방식도 채택 중이다. 또 시설공사 종합심사낙찰제의 고용평가 방식을 가점에서 배점제로 전환해 고용이 낙찰에 미치는 영향을 확대했다. 일자리 우대 조치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반면 상습 임금체불, 최저임금법 위반 등 주요 노동관계법 위반기업은 경쟁입찰이나 물품 선정, 우수조달물품 지정 및 기간연장 등에 불이익을 주고 있다.
 
해외 조달시장을 파악해보니 규모가 큰데 한국비중은 미미하다. 해외 진출 지원 정책은.
 
해외조달시장은 앞으로 창업·벤처기업에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기대되는 곳이다. 국내 조달시장은 사실 포화상태다. 120조원 규모의 조달시장이 최근 몇 년째 유지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여기에 새로운 기업들이 많아 경쟁이 더 치열해지는 상황이다. 반면 전체 세계 조달시장은 9000조원 규모로 우리가 관심을 갖고 있는 미국의 경우 500조원, 유엔 국제기구는 20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우리 기업의 점유율은 1% 미만이다. 이에 앞으로 국내 조달시장에서 기술력과 품질이 검증된, 해외조달시장 진출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을 많이 발굴하려고 한다. 집중적으로 해외전시회나 수출상담회 같은 해외마케팅을 지원하고, 수출전략기업 육성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정책지원을 꾀할 것이다. 작년에 540개 기업을 발굴해 8000억원의 수출 실적을 올렸다. 1조원이상 해외조달시장 진출이 목표다.

지난달 말에 취임 100일을 맞았다. 그간 중점을 뒀던 역할과 성과, 앞으로 비전은.
 
조달청에 와서 혁신과 변화의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애썼다. 100일 동안 현장도 많이 다녔고, 직원들과 브라운백 미팅으로 소통하면서 조달청의 비전 이야기를 많이 했다. 1월에는 인천에 있는 여성벤처기업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사장님께서 조달청의 벤처나라 덕분에 판로를 개척했다는 이야기를 해 기뻤다. 당시의 자리가 벤처나라의 역할을 어떻게 강화하고 공공기관들에 널리 알릴지 더 고민하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 이 때문에 명함에 '벤처나라'라는 문구를 넣었다. 벤처나라를 시작으로 혁신제품 시범구매, 혁신조달 플랫폼 사업 등 혁신조달 사다리를 만들어 '혁신조달을 완성한 조달청장'으로 기억됐으면 한다.
 
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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