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진성 기자] 올해 2월 취업자 증가수가 26만3000명에 달했지만 여전히 고용의 질은 최악이라는 평가다. 정부의 단기 일자리 외 민간에서의 지속가능한 일자리가 늘지 않고 있어서다.
통계청이 13일 발표한 '2019년 2월 고용동향'을 살펴보면 정부가 주도한 일자리를 제외하면 사실상 마이너스라는 평가가 나온다.
2019년 2월 고용동향 주요 내용.자료/통계청
먼저 지난달 취업자수는 13개월만에 가장 높았다. 15~64세 취업자는 2634만6000명으로 전년동월대비 26만3000명 증가해, 작년 1월 33만4000명 증가한 이후 최대치를 보였다. 다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부정적인 신호가 더 감지된다.
연령대별로 보면 주로 60세 이상 취업자에 집중됐다. 60세 이상 취업자 증가 폭은 39만7000명으로 1982년 7월 이후 최대였다. 특히 60∼64세(13만4000명)보다 65세 이상(26만2000명) 취업자 증가 폭이 더 큰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경제의 허리인 30대와 40대에서 큰 폭으로 일자리가 감소했다. 30~39세 일자리는 전년동월대비 11만5000명 줄었고, 40대는 12만8000명 감소했다. 이는 양질의 일자리를 공급하는 민간에서 고용을 줄이고 있어서다.
실제 지난달 취업자가 증가한 배경에는 정부의 노인일자리 사업확대가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노인일자리 대상인 약 25만명 중 상당수가 2월 통계에 반영됐다. 이러한 영향으로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이 23만7000명 늘기도 했다. 통계작성 이래 최대 규모 증가다. 홍우형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령화 영향와 빈곤 일자리를 늘리면서 생겨난 단기적인 현상"이라며 "장기적으로 고용을 늘리려면 오래 일할 수 있는 30~40대를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정부 주도 일자리의 지속가능성이다. 대부분 휴지 줍기 등 단순 노동의 단기 일자리에 불과할 뿐더러 이를 더 늘리기 위해서는 세금을 더 걷는 것외에는 뚜렷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현실적으로 이러한 일자리가 충분한 소득을 보장하지 못한다.
예를들어 취업시간대별 취업자를 보면 36시간 미만 취업자는 477만5000명으로 전년동월대비 75만1000명(18.7%) 증가했다. 이중 1시간~17시간 취업자는 166만3000명으로 같은기간 23.3%로 크게 늘었다. 취업자는 늘었지만 양질의 풀타임 근무 보다는 단기 근무에 집중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주요 민간 일자리인 제조업과 도매 및 소매업, 금융 및 보험업에서 각각 15만1000명, 6만명, 3만8000명 줄어든 부분도 고용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실업률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경제활동인구 중 실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인 실업률은 4.7%로 전년동월대비 0.1%포인트 상승했다. 2017년 2월(4.9%) 이래 가장 악화한 모습이다. 15~29세 청년층 실업률은 9.5%로 전년동월대비 0.3%포인트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고용의 양과 질이 모두 악화했다는 입장이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전반적으로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주로 노인과 공공일자리에 한정됐다"면서 "경기활성화를 도모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저임금 정책과 노동정책을 지금보다는 천천히 진행시켜야 한다"면서 "만약 속도를 늦추지 않는다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가 이를 위해 추진하는 탄력근로제 확대가 시급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다만 현 정부 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한계는 명확하다는 입장도 제기된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만드는 임시직 증가는 단편적인 방법으로 시장에 의존하는 정책으로 전환하는 길밖에 없다"면서 "(탄력근로제 확대하면)노동시장 진입이 자유롭기 때문에 유연성이 강화되고 임시직, 비정규직 수가 줄어들 것으로 보기 때문에 효과는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김기흥 경기대 경제학과 교수는 "단기적인 처방 보다는 기업들이 신규일자리를 늘릴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면서 "탄력근로제 확대가 일부는 도움이 되긴 하겠지만 이 또한 단기적인 처방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세종=이진성·최주연 기자 jinl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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