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북미회담)전문가들 "경색국면 당분간 불가피"…'최악은 아냐' 의견도
2019-03-01 13:57:25 2019-03-01 13:57:31
[하노이 = 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합의문 서명 없이 끝난데 대해 전문가들도 북미·남북관계의 진전이 당분간 어렵게 됐다고 우려했다. 다만 북미 양국 모두 대화의 문을 닫은 것이 아닌만큼 우리 정부가 교착 타개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등의 조언을 내놨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영변 핵시설의 영구폐기를 넘어서는 비핵화 조치를, 김 위원장 또한 남북 협력사업 제재면제 수준을 넘어서는 유엔안보리 제재완화를 요구했다"며 "결국 양측이 입장 차이를 좁히는데 실패했다"고 밝혔다. 정 본부장은 "비핵화 1단계 조치와 그에 대한 상응조치 합의를 원했던 김 위원장과 북한 주민들에게 매우 큰 충격을 줄 것임에 틀림없다"며 "북미관계 재경색은 불가피할 전망이며 남북관계의 진전도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고 덧붙였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여전히 미국은 북한을 모르고, 북한도 미국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양쪽 모두 신뢰나 진정성을 기대하기 요원해보인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북미 간 협상 과정에서는 두 가지 합의문이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실무협상을 통해 영변 핵 시설 폐쇄와 북미 연락사무소 설치·종전(평화)선언을 교환하는 내용을 담은 A형, 빈칸을 많이 남겨놓은 미완성 상태인 B형 두 가지를 놓고 양측이 28일 협상에 나섰지만 결국 합의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내부의 정치적 이유이든, 협상 전략이든 간에 낮은 수준의 A형 합의를 하느니 안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라고 봤을 수 있다"며 "김 위원장도 상식 이하의 양보를 하면서까지 (합의)할 이유는 없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북미 양측의 분위기를 봤을 때 최악의 상황은 아니라는 분석도 내놨다. 정 본부장은 북한이 1일 새벽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을 통해 회담 결렬 이유를 기자들에게 설명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나 미국에 대한 신랄한 비판은 자제하는 태도를 보인 점에 주목했다. 김 교수도 "오늘 아침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보도를 보면 (북미)합의 결렬이나 미국을 비난하는 내용은 없고 오히려 긍정적인 내용들과 함께 두 정상이 웃고 있는 사진이 있다"며 "북한은 회담을 지속하겠다는 대외적인 메시지와, 자국 인민들을 안심시키려는 대내적 메시지 모두를 담담히 내보내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도 전날 기자회견에서 "회담 분위기는 우호적이었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비롯해 북한과 계속 좋은 친구관계를 유지할 것"고 밝혔다.
 
영변 핵시설의 영구 폐기 정도로 미국 내 여론을 설득할 수 없다면 북한이 회담 재개 시 영변 외 다른지역 핵시설 폐기 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부분·전량폐기까지 포함한 과감한 비핵화 조치까지 미국과의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을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 경우 미국은 남북 경협사업에 대한 제재면제 뿐만 아니라 북한의 민생관련 유엔안보리 대북제재 일부 해제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가 북미 간 입장차이를 좁히기 위해 다시금 나서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정 본부장은 "한국 정부는 가까운 시일 내에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대표로 하는 남북미 실무협의 개최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8일(현지시간)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 회담장에서 확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하노이 =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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