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문지훈 기자] 금융감독원이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의 3연임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면서 금융권에서는 금감원과
하나금융지주(086790)의 갈등이 재현될지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금감원은 함 행장의 CEO 리스크와 관련해 문제를 제기하기에 앞서 작년 하나금융 회장 선출 과정에서도 문제를 제기하며 하나금융과 갈등을 겪은 바 있다.
당시 금감원은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특혜대출과 중국 특혜투자 등에 대한 검사를 비롯해 '셀프 연임' 관행을 지적하며 당시 차기 회장 선출 일정을 조정할 것을 권고했다. 차기 회장 후보인 김 회장의 의혹에 대한 검사가 진행 중인 데다 당시 차기 회장 선임 일정이 예년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일정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이를 두고 아직 확정되지 않은 사안을 두고 금융당국에서 민간기업인 금융회사 인사에 개입한다며 '신(新) 관치'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차기 회장 후보에 대한 도덕성 문제나 의혹 등의 이슈에 대해서는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위원들이 판단해야할 부분으로 회장 선정 과정 중간에 이같은 요구를 하는 것은 인사 개입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었다.
결국 하나금융은 금감원의 권고에도 차기 회장 선출 일정을 강행해 김 회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추천하고 김 회장은 같은해 열린 주주종회에서 회장으로 선임되며 의 3연임을 확정지었다.
대신 하나금융은 셀프 연임 등 지배구조에 대한 문제제기가 지속됐던 점을 감안해 개선에 나섰다. 작년 7월에는 KEB하나은행 정관을 변경해 지주사로부터 차기 행장 복수 후보를 추천받아 은행 이사회 내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최종 결정하도록 했다. 하나금융 이사회가 보유하고 있었던 행장 추천 권한을 은행 이사회로 넘긴 셈이다.
또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 차원에서 사내이사의 연령 상한을 만 70세로 정했다. 함 행장이 KEB하나은행의 유일한 사내이사인 점을 감안하면 은행장의 장기 연임을 방지하겠다는 의도다. 이는 국민·신한·KEB하나·우리·농협 등 국내 5대 은행 중에서는 첫 시도다.
금융권에서는 금감원의 문제제기 수용 여부에 김 회장의 입김이 크게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하나금융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에는 김 회장을 비롯해 윤성복 이사회 의장과 차은영·백태승 사외이사가 포함돼 있다. 윤성복 이사회 의장이 임추위원장을 맡고 있지만 김 회장이 임추위에 포함돼 있는 만큼 그룹 회장의 의중이 보다 크게 반영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금감원이 하나금융 회장 선임에 이어 KEB하나은행장 선임 과정에서 CEO 리스크와 관련한 문제를 제기했지만 은행권에서는 여전히 함 행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작년 회장 선임 과정에서도 하나금융이 금감원의 권고보다는 이사진 의견에 따라 강행한 만큼 이번에도 비슷하게 흘러가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실제로 하나금융 역시 그동안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지속적으로 개선한 데다 함 행장이 채용비리와 관련한 재판을 받고 있지만 유죄 판결 시 함 행장을 대체할 준비가 돼있는 만큼 함 행장의 연임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함 행장은 작년 6월 채용비리와 관련해 업무방해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기소 돼 8월부터 재판을 받고 있다. 함 행장 혐의에 대한 1심 판결은 올해 말께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금감원의 이번 조치와 관련해 신(新) 관치 우려가 나오고 있는 만큼 하나금융 및 KEB하나은행 이사회 입장에서는 금융당국의 압박을 신경쓰지 않고 최고경영자(CEO) 선임을 추진할 수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한편 하나금융은 오는 28일 임추위를 개최해 차기 행장 후보를 2명으로 압축할 예정이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왼쪽)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사진/하나금융지주
문지훈 기자 jhm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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