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같은 저공비행, 다른 의미
2019-01-24 18:00:00 2019-01-24 18:08:14
최한영 정치부 기자
#1. 저공비행은 아름다움·감동이다. 한국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는 국산 T-50B 항공기 성능에 조종사들의 팀워크·비행기량을 더해 하늘에 아름다운 그림을 수놓는다. 이들의 실력은 영국 레드애로우(붉은 화살)·이탈리아 프레체 트리콜로리(삼색 화살) 등에 견줄만큼 세계적인 수준이다. 블랙이글스의 장점 중 하나로 각 기동이 쉴틈없이 이어지는 것이 꼽힌다. 두 대의 비행기가 하늘에 하트를 그리는 와중에 나머지는 또 다른 편대기동을 준비하며 박진감을 더한다.
 
사실 한반도는 산지가 많아 곡예비행의 핵심요소 중 하나인 저공비행을 하기에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랙이글스 조종사들은 관람객들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최대한 낮은 고도에서 비행한다. 조종사들이 감당해야 할 위험부담은 크다. 항상 긴장하고, 오랜 시간 훈련을 반복하는 것으로 이를 극복한다. 블랙이글스 조종사들이 위험을 감수하는 만큼, 관람객들이 느끼는 감동의 크기도 커진다.
 
#2. 저공비행은 절박함이다. 소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김진명 저) 말미, F-4E 팬텀 조종사 엄정윤 대령은 출격 후 동료들에게 ‘죽음의 고도’로 일컬어지는 수면 위 3미터 비행을 명령한다. 일본 측의 방공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불가피한 조처였다. 엄 대령은 이정도 고도라면 적의 방공망을 피할 확률이 절반쯤은 된다고 판단했다.
 
소설 속 이야기만은 아니다. 공군에 따르면 고도 3미터까지는 아니더라도 조종사들이 적의 레이더 탐지를 피하기 위해 저공비행을 하는 경우가 있다. 지구는 둥글고, 탐지 전파는 직선으로 움직이기에, 적어도 지상레이더 회피를 위해 고려할만한 조치라는 것이다.
 
#3. 일본 해상자위대(해자대) 초계기의 연이은 우리 해군함정 대상 저공비행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달 20일 해자대 P-1 초계기가 우리 해군 광개토대왕함에 거리 500미터, 고도 150미터까지 근접한데 이어 이달 들어서도 P-1, P-3 초계기들이 세 차례 ‘저고도 근접위협비행’을 실시했다. 22일에는 P-3 초계기가 이어도 서남방을 지나던 대조영함에 거리 540미터, 고도 60~70미터까지 접근했다.
 
일본의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일본 측은 우리 함정이 무슨 임무를 수행하는지 몰라서 지속적인 관찰비행을 실시했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광개토대왕함이 자국 초계기에 추적레이더(STIR)를 조사(조준)했다고 주장한다. 레이더 조사를 인지했다면 즉각 회피기동을 실시했어야 하지만, 당시 일본 초계기는 첫 레이더 조사를 받았다고 주장한 시점 이후 우리 함정 방향으로 선회했다. 앞뒤가 안맞는다.
 
한일 간 논란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번 달 들어서도 세 차례나 비슷한 저공비행을 실시한 것도 문제다. 정치적인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주기에 충분하다. 감동도, 절박함도 없는 저공비행을 일본 측이 지속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아베 신조 총리대신을 비롯한 고위관계자들만이 알 것이다.
 
최한영 정치부 기자(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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