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동현 기자] 지난 7월 도입된 주 52시간 근로제가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특징을 반영하지 않아 획일적 규제로 다가온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장 전문가들은 탄력·선택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병태 카이스트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는 3일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ICT분야 52시간 근무, 정답인가' 토론회에서 "4차 산업혁명 지식 산업에 전통 제조업과 같이 52시간 근로제를 획일적으로 도입한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노트북 한 대만 있으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근무할 수 있는 산업 특성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7월 주 52시간 근로제를 도입했다. 게임, 소프트웨어 등 ICT 업계는 탄력·선택 근로제 등 유연근로제를 채택해 법 준수에 나섰다. 탄력 근로제는 특정일의 근로시간을 연장하고 대신 다른 날을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제도다. 선택 근로제는 1개월 근로시간 208시간 안에서 근로시간을 조정하는 제도다. 그러나 두 제도의 단위 산정 기간이 각각 최대 3·1개월이다 보니 산업계 일각에선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하루 일당이 일정치 않고 특정 기간에 업무량을 쏟아붓는 ICT 업계는 이 기간을 최소 6개월까지 늘려야 한다고 주장 중이다.
안병도 한국게임산업협회 선임연구원은 글로벌 게임시장 경쟁력을 확보를 그 근거로 들었다. 안 연구원은 "게임 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서비스 중인데 해킹, 게임 장애 등에 실시간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1~3개월 단위기간만으로 업무를 예상하고 배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김규직 문화체육관광부 게임콘텐츠산업과 과장 역시 "지난해 콘텐츠 수출 57%를 게임 산업이 차지했다"며 "이는 글로벌 시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글로벌 게임시장이 하나의 시장으로 묶여 있는 만큼 24시간 서비스 대응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참석자들은 해외 사례를 들며 근로자 개인이 근로시간을 선택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 근로자들은 주 최대 48시간 근로 규칙이 있지만 17·26·52주 단위로 탄력적으로 근로 시간을 선택할 수 있다. 일본은 최저임금 3배 이상 근로자에게 자유로운 근로시간을 허용하도록 권고 중이다. 독일은 노사 합의로 기업 단위 근로 시간을 선택한다. 반면 국내 유연근로제는 근로자 대표 서면 합의 후 지방자치단체와 관련 부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병태 교수는 "획일적 주 52시간 근로제는 일자리 늘리기가 아닌 자동화·해외 투자로 귀결된다"며 "근로자의 선택권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3일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ICT분야 52시간 근무, 정답인가' 토론회. 사진 왼쪽부터 김규직 문화체육관광부 게임콘텐츠산업과 과장, 곽병진 과기정통부 소프트웨어산업과 과장, 한인상 국회 입법조사처 환경노동팀 입법조사관, 이승길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병태 카이스트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김영완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 본부장, 채효근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 전무, 안병도 한국게임산업협회 선임연구원. 사진/김동현 기자
김동현 기자 es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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