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연말까지 예정된 분양 물량 중 4000여가구 분양이 불확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와 분양가 산정 난항 등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며 건설사들이 분양을 늦출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내년에도 분양경기가 좋지 않아 밀린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미룬 판단이 '독'이 될 것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서울 송파구 제2롯데월드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사진/뉴시스
18일 업계에 따르면 다수의 건설사들이 연내 예정됐던 분양을 내년 상반기로 미루고 있다. 부동산인포에선 11월부터 올 연말까지 예정된 분양 물량 6626가구 중 4000여가구는 내년에 공급될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로 롯데건설은 연내 추진했던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 분양이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조합원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의 분양가격 협의가 난항에 빠지면서다. 현재 조합에선 평균 분양가를 3.3㎡당 2600만원을 원하지만 HUG에선 더 낮은 가격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청량리 롯데캐슬 조합과 최종 분양가 협의가 정리되지 않아 지켜보는 상황"이라며 "모델하우스를 열 준비는 돼 있지만 실제 분양은 내년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GS건설도 '서초 그랑자이'의 분양을 내년 상반기로 늦춘다. 원래 하반기에 분양 예정이었지만 아파트 설계변경에 따른 인·허가를 다시 처리하며 분양을 미뤘다. 개포주공 4단지를 재건축하는 '개포 그랑자이', '방배경남' 등도 같은 이유로 내년에 분양을 시행할 계획이다. GS건설 관계자는 "설계 변경에 따른 인허가 과정에서 물리적으로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현대건설은 강남구 일원대우 아파트를 재건축하는 '디에이치 포레센트' 분양을 내년 봄으로 미뤘다. 삼성물산은 송파구 '래미안 상아2차'를 연내 분양한다는 목표지만 한두 달 늦어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대림산업이 동대문구 용두5구역을 재개발하는 'e편한세상 센트럴포레'도 연말까지 분양이 불투명하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 같은 건설사들의 연이은 분양 연기가 정부의 대출 규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으로 풀이한다. 앞서 정부는 9·13대책 등 부동산 규제를 통해 다주택자의 대출을 옥죄고, 내달부터는 무주택자 당첨을 확대하는 방식의 공급 규칙을 적용키로 했다. 또 HUG가 분양보증심사로 사실상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면서 조합간의 분양가 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분양가 협의가 잘 안 되는 상황에서 굳이 건설사들이 급하게 나서지 않고 있다"며 "오히려 분양을 뒤로 미루는 게 분양가를 높일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고 전했다.
내년에도 부동산 규제가 지속되고 입주 물량이 대거 쏟아지면서 분양 경기는 좋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 속에 밀렸던 분양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면 업체간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올 하반기 분양물량이 급감하면서 장기적으론 수급 불균형이 야기될 수도 있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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