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분양가 관리지역 확대…건설업계 "분양가 낮추는 부작용 우려”
"과도한 시장 통제"vs"미분양 예방 위한 선제적 조치"
2018-05-01 13:57:46 2018-05-01 13:57:49
[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고분양가 관리지역이 경기 분당, 대구 수성 등으로 확대되면서 건설사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보증을 받으려면 고분양가 관리지역 선정 이전에 책정했던 분양가를 낮춰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이 같은 정책이 과도한 시장 통제라고 주장한다. 반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집값 인상 과열을 억제하는 합리적인 조치라고 반박한다.
 
지난달 23일 성남 분당, 대구 수성 등이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선정됐다. 사진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아파트 밀집지역 모습. 사진/뉴시스
 
지난 23일부터 고분양가 관리지역 확대가 시행돼 업계가 분양가를 다시 조정하고 있다. 대구 수성에서 분양을 앞둔 한 건설사 관계자는 1일 "고분양가 관리지역이 지정되며 분양가를 재논의하는 단계가 됐다"며 "사실상 분양가를 낮춰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합원들은 높은 가격을 받기 위해 분양가를 최대로 높이고 싶어 한다"며 "이번 주 내로 조정을 위한 협의에 나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도 "분양가가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면서 "오는 5월말에서 6월초에 분양가가 조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설업체들 사이에선 HUG 지침을 따르면서도 불만이 수그러들지 않는 분위기다. 사실상 고분양가 관리지역 지정이 분양가 상한제와 비슷한 역할을 하면서 정부가 시장을 과도하게 통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분양가 조정에 따른 공사비 감축 우려가 크다. 사업비가 일정 정도 확보 돼야 다양한 설계를 시도할 수 있지만 분양가가 제한되는 상황에선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분양될 예정이었던 '나인원 한남'이 대표적이다. 나인원 한남은 분양 초기였던 지난해 12월 3.3㎡당 대략 6000만원의 고급 펜트하우스로 분양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 1월 HUG의 보증 발급 심사가 거부되면서 분양가를 대폭 낮춰 일반주택용으로 분양 계획을 바꿨다. 그럼에도 분양가를 둘러싼 HUG와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아 석 달 넘도록 재심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건설사들의 우려는 이뿐만이 아니다. 주택 경기가 침체되는 상황에서 업체들의 수익이 줄어드는 데 대한 걱정도 짙다. 주택산업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주택경기 하강과 경착륙을 우려하고 있는 게 현 건설업계의 실태"라면서 "분양가에서 이익이 상대적으로 줄어들 게 되면 업체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업체가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안 좋은 자재를 사용하든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HUG는 고분양가 관리지역 확대가 과도한 아파트 값이 타 지역으로 확산되는 현상을 막기 위한 정책이라며 반대논리를 물리친다. HUG 관계자는 "분양가 및 매매가 등의 모니터링을 통해 분양가 상승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지역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또 HUG는 오히려 지나치게 높은 분양가로 벌어질 미분양 사태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입주 사태가 벌어지면 사실상 HUG가 보증리스크에 대한 부담도 떠안아야 한다.
 
일각에선 '로또 분양‘이 예고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수십 대 일의 청약 경쟁률을 보인 디에이치자이 개포 등 강남 재건축 시장처럼 낮은 분양가로 시세차익을 노리는 청약자들이 나타날 것이란 예상에서다. 이에 대해 HUG 관계자는 “입주까지 보통 2~3년이 걸리는데 분양 이후 가격이 어떻게 될지 단언하기 어렵다”며 “고분양가 관리지역 지정은 현 시점에서 시세보다 높은 분양가에 대한 위험을 줄이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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