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포털사이트 댓글을 조작한 혐의 등을 받는 '드루킹' 김동원씨 최측근이 수사 과정에서 드루킹의 지시로 많은 허위 진술을 했다고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재판장 성창호)는 29일 김 지사에 대한 컴퓨터등업무방해 및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회 공판기일을 열었다. 김 지사는 준비기일에 나오지 않았다가 피고인 출석 의무가 있는 이날 처음 법정에 나왔다. 드루킹 최측근으로 경공모 사무실 '산채'에서 근무한 '서유기' 박모씨가 증인석에 앉았다.
김 지사 변호인이 "수사 과정에서 많은 허위 진술을 했느냐"고 묻자 박씨는 "네"라고 답했다. 변호인이 "허위 진술 관련해 지시받은 것도 있고 증인의 판단에 따라 거짓말한 것도 있느냐"고 확인하자 "그렇다"고 답했다. 변호인이 "지시를 받아서 진술했다고 했는데 누가 지시했느냐"고 하자 "당시 변호사에게서 들었다"고 말했다. 또 "누구에게서 온 메시지였느냐"고 하자 "드루킹"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김 지사 측은 공판 초반 드루킹이 구치소에서 작성한 노트를 증거로 제출하고 "내용을 보면 같은 변호인을 통해 공범들이 수사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조율하는 내용이 기재돼 있다. 이를 전달받고 어떻게 진술해야 하는지를 적은 드루킹 공범의 메모도 있다"며 "드루킹 지시에 따라 공범들이 허위 진술한 내용이 특검 조사 때도 일부 확인됐다. 드루킹 일당이 진술을 짰다는 것을 알 수 있고 진술 신빙성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박씨는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의 '킹크랩'(댓글 조작 프로그램) 시연을 직접 지켜봤다고 증언했다. 특검이 "'둘리' 우모씨가 '산채'를 방문한 김 지사에게 킹크랩 작동을 시연한 사실이 있느냐"고 묻자 박씨는 "네"라고 답했다. 특검이 "드루킹이 증인에게 왜 김 지사가 '산채'를 방문하는지 목적을 알려줬느냐"고 하자 "목적은 모르고 드루킹이 킹크랩 시연과 경공모 조직을 브리핑한다며 이에 대해 준비하라고 했다. 저는 브리핑할 자료를 만들었다"고 증언했다.
앞서 박씨는 이날 오전 공판에서 드루킹이 김 지사와 텔레그램 등을 이용해 주기적으로 소통했고 김 지사로부터 '댓글 작업'할 기사 링크를 받으면 이를 경공모 회원들에게 곧바로 전달했다고 증언했다. 또 김 지사가 전달한 기사는 다른 기사 작업 시에도 우선으로 처리했다고 덧붙였다.
특검이 "드루킹이 경공모 회원들이 모인 텔레그램 채팅방에서 'AAA'라고 강조했는데 무슨 뜻인가"라고 묻자 박씨는 "김 의원이 보낸 기사라는 의미로 다른 댓글 작업을 하고 있는 상태라면 이를 멈추고 김 지사가 주문한 기사를 우선 작업하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특검이 "'AAAAA'라고 돼 있는데 이것도 빨리 처리하라는 뜻인가"라고 묻자 "네"라고 답했다.
김 지사는 이날 공판 시작 직전 "진실을 밝히기 위한 새로운 여정이 다시 시작됐다. 조사 과정에서 그래왔듯이 남아 있는 법적 절차도 성실하게 이행하겠다. 재판 과정에서 모든 진실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드루킹의 킹크랩 개발과 운용을 허락하고 댓글 조작 활동에 가담한 혐의(컴퓨터등업무방해)와 지방선거를 도와주는 대가로 드루킹이 도모 변호사를 오사카 총영사로 보내 달라고 요구하자 센다이 총영사로 추천해 임명될 수 있게 해 주겠다고 제안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불구속기소 됐다. 특검은 드루킹 일당이 지난 2016년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포털사이트 뉴스기사 7만6000여개에 달린 댓글 118만여개를 대상으로 8840만여회 '공감·비공감' 수를 조작할 때 김 지사가 공모했다고 보고 있다.
김경수(가운데) 경남도지사가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드루킹 댓글' 1차 공판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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