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약개발이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제약업계가 다소 보수적이고 경직된 기존 사고방식에서 탈피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기존 신약개발 과정의 틀을 깨는 혁신적 도입인 만큼 개방된 자세가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1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AI 파마코리아 컨퍼런스 2018'을 개최했다. 신약개발과 AI를 접목한 기술 및 적용사례를 공유하는 한편, AI 전문기업과 국내 제약사 간 기술 제휴의 장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컨퍼런스는 관련 최신 기술 동향 소개를 비롯해 국내기업과 해외바이어 간 1:1 수출상담회, 정부정책설명회, 스타트업 홍보관 등으로 구성됐다.
특히 이날 행사 시작 전에는 IBM왓슨(IBM Watson)과 뉴머레이트(Numerate), 뉴메디(NuMedii), 이노플렉서스(Innoplexus), 3빅스(3BIGS), 신테카바이오(Syntekabio) 등 두 분야 접목에 핵심이 되는 9개의 AI 솔루션 개발사 대표 인물들이 직접 연사로 나서 국내 신약개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안을 쏟아냈다.
AI를 활용한 신약개발은 기존 최소 10년, 500억원 이상이 소요되는 개발 기간 및 비용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킬 수 있는 혁신기술로 꼽힌다.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데이터 분석까지 제한된 시간 안에 사람이 하던 분석을 인공지능을 통해 진행, 정확성과 효율성을 크게 높인 것이 특징이다. 기간 단축을 통해 소요되는 비용 역시 대폭 감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날 컨퍼런스에 나선 연사들 역시 AI를 접목한 신약개발의 가장 큰 이점으로 효율성을 꼽았다. 마이클 제네식 뉴메디 박사는 "신약개발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투입되는 탓에 주요 제약사들이 잠재고객이 많은 약물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데, 인공지능 도입을 통해 기존의 10% 수준의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면 희귀질환 환자들 역시 혜택을 입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화이자와 GKS를 비롯한 주요 글로벌 제약사들은 AI기술을 보유한 IT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신약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국내 역시 급물살을 탄 관련 동향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실제 진행 중인 프로젝트는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연사들은 국내를 비롯한 글로벌 제약업계가 AI 접목 신약개발에 속도를 내기 위해선 기존 보수적인 관점의 변화 필요성에 입을 모았다.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신약개발 플랫폼이 탄생하는 기술접목인 만큼 개방된 자세가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군잔 바르드 이노플렉서스 CEO는 "신약개발에 AI를 활용하는 데 중요한 것은 플랫폼과 접근방식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운은 뗀 뒤 "방대한 데이터를 십분 활용해야 하는데 기업들은 많은 데이터를 쌓고만 있어 데이터가 고립되고 있다"며 "해당 데이터들을 함께 공유해 지속적으로 분석해나가야 다른 연구자의 실패가 또 다른 연구의 기반이 되고 정보 비대칭성이 해소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신약개발의 근간이 되는 연구 인력의 동기 부여를 위해 주요 학회지에 논문이 실리는 데 인센티브가 부여되는 구조에서 벗어나 환자 치료를 위한 희귀질환 연구 개발 등에 일조한 이들에게 포상이 돌아가는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회사가 원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히 인지해 AI솔루션사와의 협업 효율성을 이끌어 낸 글로벌 제약사에 비해 AI 접목 신약개발을 주먹구구식으로 대하는 국내 제약사들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송상옥 스탠다임 박사는 "데이터를 다루는 문제 역시 중요하지만 AI를 이용한 신약 개발이라는 것이 새로운 개념인 만큼 새 분야를 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불과 1~2년 전 국내 제약사의 경우 AI솔루션 사에 일종의 의뢰를 하고 결과물이 필요하면 사용하고, 아니면 마는 경향이 있었는데 일방적인 개념이 아니라 상호 협력을 통해 연구하는 개념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협회와 보건산업진흥원은 이번 컨퍼런스를 시작으로 제약 현장에서의 인공지능 활용 수요를 파악, 내년도 인공지능 신약개발 지원 사업의 기반을 마련해 적용 사례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1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AI 파마코리아 컨퍼런스 2018'에 참석한 글로벌 AI 솔루션 개발사 대표자들이 간담회를 통해 관련 기술 동향과 과제 등에 대해 전하고 있다. 사진/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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