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화학적 거세'는 어느새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단어가 됐다. 화학적 거세는 성범죄자의 재범과 성욕을 억제시키기 위해 약물을 주입하는 것을 일컫는다. 성 충동 약물치료법이 주로 활용되며 심리치료가 병행되는 경우도 많다. 도착적인 성 기능을 약화 또는 정상화하는 게 치료의 목적이다. 성 범죄 재발 방지를 위해 국내에서는 지난 2010년 법안이 제정돼 2011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성선자극호르몬 길항제를 중심으로 루크린과 고세렐린, 여성호르몬(MAP) 등을 주사로 투입해 뇌하수체 작용을 통해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생성을 억제하고 고환 내 남성호르몬을 고갈시켜 성충동을 제거하는 방식이다. 국내에 앞서 화학적 거세를 도입한 미국과 유럽 주요 국가 등의 연구에서 기존 인지행동치료에 비해 효과적이고, 재범률이 0%에 가까웠다는 결과가 도출되면서 화제가 된 바 있다.
하지만 여전히 해외는 물론, 도입 7년차를 맞은 국내에서도 화학적 거세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특히 도입 역사가 짧은 국내의 경우, 시행 당시 효능과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에서 이미 시행되고 있다는 점과 계속된 성범죄로 인해 악화한 여론을 이유로 들어 급하게 시행했다는 점에서 비판이 뒤따랐다.
화학적 거세를 둘러싼 논란의 쟁점은 효능과 부작용 등 크게 두가지 측면으로 나뉜다. 효능적인 측면에선 약물 투약이 지속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효과가 없어 욕구를 완전히 억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 언급된다. 비용 역시 1인당 연간 500만원 가량이 필요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지만 지나치게 많은 세금이 범죄자 치료에 사용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이밖에 비록 외과적 요법은 아니지만 거세라는 강력한 형벌을 통해 잠재 범죄자들에게 공포심을 심어줘 범죄를 미연에 방지한다는 본래 의도와 달리, 법을 두려워하기 보단 완전범죄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범죄 심리분석 연구결과도 있다.
음경이나 고환을 제거해 버리는 물리적 거세에 비해선 양호한 조치이지만 부작용에 따른 범죄자들의 인권 침해 문제 역시 또 하나의 논란거리다. 실제로 화학적 거세로 인한 부작용은 관련 환자들로부터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골다공증부터 심혈관질환, 성인병, 우울증까지 그 형태와 부위도 가리지 않고 나타나고 있다.
국내 국립법무병원에서 성범죄로 입원해 치료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약 70%가 부작용을 호소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체중증가와 고환크기 감소 등의 경미한 부작용 역시 발견됐다. 범죄자 인권 보호에 다소 미온적 입장을 보이는 국내법 하에서 줄곧 문제로 지적되는 부분들이다.
박창범 강동경희대병원 송창욱 교수는 "성범죄는 처벌받아야 마땅한 강력범죄고 재발방지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성범죄자들이 성범죄로 인한 형벌과 더불어 약물의 부작용에 따른 고통 등 이중 처벌을 받아야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특히 성충동 약물치료의 재발방지 효과는 명확하지 않은데 비해 부작용은 심각하다면 성 충동 약물치료는 재범방지를 목적으로 하는 처분이 아닌 부작용이라는 두려움을 주는 잔인하고 비상식적인 형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성 범죄자들의 충동을 막기 위해 화학적 거세가 국내 도입된지 7년차를 맞았지만 여전히 그 효능과 부작용에 의한 범죄자 인권을 둔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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