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짜리 비용추계 비현실적" 판문점 비준안 진통 예고
2018-09-12 17:02:42 2018-09-12 17:02:42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4·27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이 국회로 넘어왔지만 야당의 반발이 계속돼 심사에 진통이 예상된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내년도 1년 예산’만 반영된 비용추계서를 문제삼으며 처리불가론을 고수 중이다.
 
판문점선언 비준안은 일반 법안 심사와 마찬가지로 소관 상임위원회와 본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20대 국회 내 처리되지 않으면 자동 폐기된다. 통상 남북합의서는 체결 후 국무회의 심의, 대통령 비준 후 발표되지만 이번 합의서에는 재정지출이 수반되는 만큼 국회 동의가 필수적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비용추계서를 통해 내년에 철도·도로 협력과 산림협력 등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협력기금 사업비로 올해보다 2986억원 늘어난 4712억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당과 바른당의 반발이 거세다. 한국당은 비용추계서 뿐 아니라 국회 비준 필요성 자체에 의문을 던지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고, 바른당은 한 해짜리 예산안으로는 비중동의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1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판문점선언 자체가 상호이행을 강제하는 국가 간 협약에 해당하는지, 반드시 의회에 비준동의를 구해야 하는 사안인지 의견이 엇갈린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용 추계와 관련해서도 “의도적으로 숨기는 것이 있다면 큰 징계를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당은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전체 비용이 수십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비준안이 외교통일위원회에 상정될지도 의문이다. 외통위 소속 의원 22명 중 과반수 이상이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고, 외통위의 상정권한을 갖고 있는 위원장도 한국당이 맡고 있다. 강석호 외통위원장도 이날 비용추계서를 문제 삼았다. 강 위원장은 “구체적인 재정추계가 아니므로 남북관계발전법상 ‘중대한 재정적 부담’의 근거가 되기에는 부족하다”며 “국회예산정책처에 판문점선언에 따른 비용추계를 별도로 의뢰했다. 정부의 비용추계가 얼마나 비현실적인지 추후 다시 지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남북관계 진전이 가변적인 상황을 고려해 내년 예산 집행이 필요한 부분만 반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회에 제출한 내용은 일단 내년에 예상되는 지출에 한정된 것으로, 그 이후 상황에 대해서는 남북관계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비용 추계가 매우 어렵다”며 “비준안이 통과되더라도 비용은 모두 국회에서 심사과정을 거치고 국회가 정한 범위 내에서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예산 투입에 따른 경제적 효과 등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홍 원내대표는 “우리가 예산을 투입하면 20배, 30배 정도 되는 경제적 혜택이 돌아올 것이라고 다들 이야기한다”며 “그런데 그 부분을 완전히 빼버리고 예산 투입하는 것 자체를 원천적으로 문제삼는다면 야당에서는 결국 남북 관계 진전을 방해해야겠다는 심정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운데)가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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