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거듭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며 투기세력과 전쟁을 벌인다
. 이들 가수요는 현 정부 임기가 투자기간이라 보는 것 같다
. 정권이 바뀌면 규제가 풀리고 가격이 오를 테니 지금 사야한다고 여긴다
. 실제로 지난해 부동산 관련 각종 토론회에서는 여러 전문가들이 올 상반기와 하반기에 집을 사라고 조언했다
. 정권 임기를 고려할 때 올해가 저점이란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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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시중 유동성이 온통 부동산에 쏠릴 수밖에. 규제로 거래는 급감했는데, 간헐적으로 수억씩 오른 호가에 계약이 체결되며 시황을 높인다. 단기간에 수억 오른 매물을 실수요자가 샀다고 생각하기는 힘들다. 집값이 급등하면 실수요자는 세내는 쪽을 택하기 마련이다. 정권 말기에 차익을 보겠다는 가수요가 샀다는 게 더 상식적이다. 혹은 가수요가 그런 심리를 이용해 실수요의 구매를 부추겼을 수도 있다.
실수요자도 거주하다 나중에 팔 때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 판단하면 거액을 쓸 수 있다. 그걸 순수한 실수요자로 보기는 애매하다. 이들을 위해 정부가 공급을 더 늘려야 할지 의문이다. 정부는 이미 17만호를 약속했고 추가로 30만호를 내놓기로 했다. 그것만 해도 서울과 수도권엔 유동성이 넘쳐나게 된다. 신규 주택이 사람을 모으고 신흥상권을 만든다. 거주자는 또 서울로 출퇴근하며 돈을 쓰게 된다. 지방은 침체되는 마당에 언제까지 서울과 수도권만 무한정 개발할 것인지 모를 일이다. 서울 집값 잡으려다 국가경제를 망친다.
서울 집값 대책을 양도세, 종부세, 공급 3가지로 나눠 보자. 3가지 다 유기적으로 작용해 어느 한 가지를 뺄 순 없어도 경중을 따지자면 양도세, 종부세, 공급 순이라고 본다. 보유세와 양도세 모두 단기적으로 집값 잡는 효과가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나 부작용을 고려하면 양도세가 보다 유효해 보인다. 종부세를 올린다고 가정하면, 상식선에선 집을 팔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시세차익을 노리고 집을 샀던 가수요는 조금이라도 더 이익을 남기려고 버틸 것이다. 종부세를 높이면 실수요자도 집을 사기 버거워진다. 그래서 전월세 수요로 바뀌기 쉽다. 전월세 수요가 늘어나면 버티던 가수요는 갑이 된다. 종부세가 오른 부담을 전월세금으로 전가하기도 쉬워진다. 다수 전문가들이 종부세를 문제삼는 논리다. 따라서 종부세는 초고가 주택에 한해 과세를 강화하는 쪽이 바람직한데, 이 경우엔 아무래도 집값 잡는 거시적 효과가 떨어진다.
양도세가 높아지면 다주택자는 시세차익과 양도세를 저울질하게 된다. 나중에 집값이 많이 오른다고 생각하면 양도세를 감수하고 버티기를 할 것이다. 하지만 집값이 올라도 그에 비례해 내야 할 양도세가 많다고 느끼면 매물을 내놓게 된다. 종부세는 실수요에도 부담을 주지만 양도세는 덜하다. 다만 공급이 잠기는 역효과가 생길 수 있으니 유예기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높이며 매도를 유도해야 한다.
정부가 부동산 재벌 규제보다 집값 안정화를 우선시한다면 시세차익을 겨냥한 양도세에 집중해야 한다. 물론 양도세도 임기 중에만 버티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조정대상지역 등 한정된 지역에 한시적으로 적용할 게 아니라 입법을 통해 확대적용해야 한다. 양도세도 세대 구성을 속이는 등 회피할 구멍이 많다. 양도세를 정비해 가수요를 확실히 누른 다음에야 실수요 공급 효과도 나타날 것이다.
규제는 투자 기회를 낳고 공급은 호재가 되고 있다. 규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시장 논리로 문제를 풀어야 마땅하다. 원론적이지만 지방 균형발전이 답이다. 강남에서 비싼 세를 내는 한 지인은 “자식에게 교육만큼은 제대로 시켜주고 싶어서”라고 했다. 최근 한 설문조사에서는 신도시 거주 기혼자 1000명 중 77%가 강남 집값은 학군 때문이라고 지목했다. 가수요가 학부모를 볼모로 시장을 교란하는 꼴이다. 그렇다고 학군을 지방에 옮기긴 어려우니 서울에 집중된 일자리라도 나눠야 한다. 한때 논의되다 수그러든 행정수도 이전이 다소 급진적이지만 효과적일 수 있다. 수도권과 지방 양극화가 심해진 지금 명분도 생긴다.
경기가 좋아지면 집값이 오르고 경기가 나빠도 경기부양책에 반응하니 ‘부동산 불패’ 인식은 뿌리가 깊다. 부동산 투자로 막대한 불로소득을 챙길 수 있다는 기울어진 욕망을 원천차단해야 투기수요는 버티기를 포기할 것이다.
이재영 산업2부장(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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