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로봇의 진화 그리고 인류의 미래
2018-09-05 16:39:56 2018-09-05 16:39:56
왕해나 산업1부 기자
로봇이 인공지능(AI)과 카메라로 사람을 알아보고 먼저 다가왔다. 인사를 건네고 도울 것이 없느냐고 묻는다. 목적지를 말하고 길 안내를 부탁하자 “따라오라”며 앞장섰다. 고맙다는 말에 되레 “감사하다”며 친절함을 보인다.
 
지난 5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폐막한 'IFA 2018'에서는 일상에서 함께 해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의 로봇들을 전시장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단순히 사람의 명령을 수행하는데 그치지 않고, 인간과 자연스럽게 대화하거나 감정적인 교류까지 가능했다. 적용 영역도 기계 조립 등 산업 분야에서 가사를 돕고 함께 놀이를 하는 등 가정으로까지 확대됐다.
 
LG전자의 로봇 브랜드인 ‘클로이’는 사람의 말에 반응해 36가지 감정을 표현하고 머리를 쓰다듬으면 몸통을 흔들며 기분을 표시했다. 질문을 하면 인공지능(AI) 비서 LG 씽큐와 구글 어시스턴트 등을 자유자재로 활용해 최적의 대답을 찾아냈다. 소니의 강아지 로봇 ‘아이보’는 겉모습과 행동이 실제 강아지와 유사해 로봇이라는 점을 잊을 정도였다. 칭찬을 해주면 꼬리를 흔들었고, 공을 차면서 애교까지 부렸다. 행동 패턴 데이터를 수집해 주인도 알아볼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로봇은 영화 <바이센테니얼 맨>과 <A.I.>처럼 점점 더 인간에 가까운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었다.
 
놀라움 한편으로는 두려움도 있다. 이번 전시회는 공상과학영화들이 그렸던 '인간을 초월하는 로봇'이 더 이상 극장에만 존재하는 현실이 아님을 여실히 느끼게 했다. 사람과 점점 닮아가는 외모, 사람보다 더 빠른 학습 속도, 원활한 감정 표현까지. 유명 공상과학 작가 아이작 아시모프가 세운 로봇의 원칙에서 착안한 영화 <아이, 로봇>은 인간의 명령을 거부하고 자신들의 세상을 만들어가는 로봇의 미래상을 그려냈다.
 
실제로 지구 곳곳에서는 명령에 반하는 로봇, 자신들의 언어를 만들어 소통하는 로봇, 간단한 조작만으로 공격성을 띄는 로봇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국제비정부기구(NGO) 연합을 중심으로 스스로 목표물을 공격할 수 있는 자율살상무기(킬러로봇)의 개발과 이용을 금지하자는 목소리도 커지는 중이다.
 
인간과 로봇이 함께 그리는 미래는 유토피아일까, 디스토피아일까. AI와 로봇 기술은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 로봇이 인간의 조력자가 될지, 아니면 적이 될지. 인류 보편의 가치를 기반에 두고 로봇 기술 개발 원칙을 정하는 논의를 시작할 때다.
 
왕해나 산업1부 기자 haena0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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