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2년 가까이 최순실씨 변호를 맡았다가 상고심을 앞두고 물러난 이경재 변호사가 박영수 특별검사팀처럼 특검이 운영된다면 특검제도를 운용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4일 서울 서초동 법무법인 동북아 사무실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앞으로 계속 특검을 하게 될 텐데 박영수 특검팀처럼 특검이 운영·활동하는 것을 법원이 보장하면 특검을 할 필요가 없다. 박 특검팀은 한 일이 없고 파견검사 20명이 조서를 다 쓰고 일도 다 했다"며 "특검보들이 작성한 조서는 하나도 없다. 박 특검도 재판에 제대로 얼굴을 비치지도 않았다. 이럴 거면 큰 비용을 들여 '정치특검'을 왜 만드느냐. 검찰에서 하면 된다. 특검법 자체가 위헌이라는 위헌법률심판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특검의 정경유착 결론에 대해서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이번 사건은 검찰 특별수사본부 수사 당시에는 직권남용 부분을 다뤘는데 박영수 특검팀으로 넘어간 뒤 사건 성격이 뇌물로 완전히 바뀌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씨가 뇌물 받은 적이 없다고 하는데도 특검은 외부 주장에 따라 둘이 뇌물을 받았다고 판단하고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을 타깃으로 삼았다"며 "특검은 박 전 대통령과 대기업들이 정경유착에 빠졌다고 하는데 박 전 대통령이나 이 부회장 등이 이권을 챙긴 게 뭐가 있느냐"고 강변했다.
검찰에 대해서도 비판을 이어갔다. 이 변호사는 "특수본 1기 검사들은 박 전 대통령이 최고 권력자이기 때문에 대기업 총수들이 스스로 기었다고 주장하는 등 권위주의 시대 권력 사고에 갇혀 있었다. 그런 식이면 박 전 대통령은 검찰권·경찰권·세무조사권 등을 쥐고 있는 조직폭력기구의 장이고 기업은 무엇을 뜯기는 존재"라며 "강요죄라고 하면 협박이나 폭행 사실이 있어야 하는데 박 전 대통령이 인상을 쓰거나 겁을 준 적이 없다. 검찰 조서를 보면 대통령이 체육이나 문화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할 때 이를 들은 대기업 총수들이 '응하지 않으면 우리에게 해롭지 않겠나'라고 생각했다는 건데 얼마나 기가 막히나. 이런 식이면 문재인 대통령도 청와대에서 대기업 총수를 만나 똑같은 어법으로 이야기하면 강요죄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가 모든 사실관계를 종합해 선고하지 않고 취사선택했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이번 국정농단 사건 기록은 A4용지로 50만쪽이 훨씬 넘는다. 사실관계 중 어느 것을 취사선택하느냐의 문제만 남는다. 많은 양을 분석해 종합해서 판단해야 하는데 검사와 판사가 이중 취사선택해 판단했다"며 "증인의 말이 진짜인지 직접 신문한 판사가 가려줘야 한다. 이 때문에 초기에 모든 변론을 녹화해야 한다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상고심이 대법원 전원합의체로 넘어갈지 모르겠지만, 연구관 몇 명이 붙어서 하루 1000쪽이라도 제대로 기록을 볼 수 있겠나. 50만쪽을 어느 세월에 보겠나"며 "이전에 제가 1~2심이 어떤 기준에서 사건을 보느냐에 따라 결판이 난다고 했었는데 촛불시위 기준에서 보면 그것에 맞게 취사선택하면 된다. 그게 아니라 엄격한 증거에 비춰보면 또 다른 결론이 나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법원 판결 전망에 대해서는 "아까 박 전 대통령을 비롯해 최씨와 이 부회장이 한꺼번에 선고받을 텐데 대법원이 편한 길을 선택하면 이 부회장 사건은 파기환송 하게 된다. 유죄 인정 범위를 넓히는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씨는 지난달 24일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도 1심과 같이 국정농단 등 혐의 관련해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최씨와 1~2심을 함께 했던 이 변호사는 최근 대법원 항소심에서는 최씨 변호인을 맡지 않기로 했다. 이 변호사는 이날 "1~2심 변호인을 맡으며 주장할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 단계부터 온 힘을 다 쏟았다. 제가 할 부분은 다 했다고 본다"며 "대법원은 사실심이 아니라 법률심이기에 제가 더 주장할 부분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국정농단 사건' 최순실 측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가 4일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동북아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정농단 사건 소회를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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