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주식투자가 어려운 심리적 이유
2018-08-24 08:36:47 2018-08-24 08:36:47
주식투자를 실증적으로 분석한 많은 연구는 대부분 패시브투자가 액티브투자보다 더 수익률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패시브투자는 시장전체 또는 업종전체를 추종하는 포트폴리오에 투자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상장지수펀드(ETF)다. 이와 달리 액티브투자는 개별 주식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여 최대의 수익률을 추구한다. 미국시장에서 이루어진 연구는 액티브펀드가 상대적으로 낮은 수익률을 보이는 이유로 수수료와 같은 거래비용을 들고 있다. 우리나라도 ETF는 증권거래세가 없어서 한 번의 거래에 약 0.3%의 비용이 절감된다.
 
그런데 이런 결과는 과거의 데이터를 가지고 여러 가정을 전제로 분석해 보니 그렇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 십여 년간 유행했던 패시브투자인 ETF 수익률이 곤두박질하면서 고통을 당하는 투자자들은, 과거에 그랬으므로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심리적 편향에 일시적으로 사로잡힌 것이다. 오르는 주식이 앞으로도 오를 것이라고 생각되는 것이 인지상정이기는 하더라도 현실은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다.
 
투자자가 겪는 심리적인 문제는 이성을 마비시켜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방해한다. 그래서 마코위츠의 효율적 프론티어를 이해함에도 불구하고 분산투자에 인색한 것으로 보인다. 마코위츠는 상관관계가 낮은 여러 주식을 함께 묶어서 거래하면 같은 수익을 달성하더라도 위험이 낮아진다고 했고, 그 이론은 투자론의 중심이 되었다. 당연히 여러 국가 간에도 수익률의 상관성이 높거나 낮게 나타나므로 선진시장과 신흥시장의 주식을 적절히 섞으면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투자자가 이러한 원칙을 잘 지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다. 잘 알지 못하는 외국주식보다는 비교적 친숙한 국내기업에 투자하는 경향이 거의 모든 투자자의 포트폴리오에서 발견되기 때문이다. 프랑스 컨설팅그룹 캡제미니의 보고서에 의하면 주요국 투자자의 자국 주식거래 비중이 미국 73%, 유럽은 62%로 나타났다. 예상과 달리 현실에서 분산투자가 활발하지 않은 것은 정보수집이 용이하고 위험을 감지하기 쉽다고 생각하는 심리적 역내 편향 때문이다.
 
투자론과 활발하게 결합 중인 신경과학(neroscience)에 따르면, 사람은 객체를 상대적으로 인지하기 때문에 절대기준으로 주가가 높은지 낮은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주가를 평가할 때 무의식적으로 가상의 기준을 만들거나 정보를 과대·과소평가한다. 그래서 과거의 특정 패턴이 반복한다고 확신하는가 하면 시차를 두고 발생한 정보에 대해서 최근 정보를 과대평가하는 인지 편향의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그리고 이로 인한 착각은 사실이 아님을 이해하면서도 지속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주식 투자자가 자주 겪는 실수 중에 처분 효과라는 것이 있다. 보유하고 있는 두 회사의 주식 중에 하나는 주가가 올라가고 다른 주식은 하락하는 경우 통상 올라가는 주식을 매도한다고 한다. 그 결과 하락하는 주식의 손실이 더 커져서 전체 수익이 마이너스가 된다는 것이다. 손실은 당분간 감내하고 수익은 단기적으로 취하려는 속성 때문에 투자자의 이익이 줄어드는 것이다. 이런 속성이 강한 투자자는 하락하던 주식이 상승하면 곧바로 매도하여 위험에서 벗어나려는 특징도 가지고 있다.
 
워렌 버핏이 투자하여 큰 이익을 봤다고 알려진 애플 주식은 2015년 5월에 132달러 수준이었지만 약 1년 만에 90달러까지 하락한 적이 있다. 그 후 9개월 정도 지나서 주가가 회복되었지만 그 사이 수많은 투자자가 손실을 감당하지 못하고 처분하거나 주가가 매수 가격보다 조금 오르자마자 처분한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 애플 주식은 210달러 수준이다.
 
신경과학은 주가하락으로 느끼는 고통이 공포영화를 봤을 때 느끼는 감정과 같은 종류라는 것을 밝혀냈다. 우리 뇌 속의 편도체가 이를 담당하는데 편도체의 민감 정도에 따라서 위험감수형 또는 위험회피형 투자자가 된다.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어느 주식에 투자하는가와 정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그리고 매수하고 매도하는 모든 과정에서 심리적 영향을 완전히 벗어나기 어렵다.
 
결국 투자자는 항상 심리적 함정에 유념할 필요가 있으며, 반복되는 실수를 하지 않도록 준비할 필요가 있다. 투자는 미래에 대한 통찰과 더불어 과도한 탐욕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것으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최욱 코넥스협회 상근부회장(choica@konex.or.kr)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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