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는 완성차 판매량이 늘어나는 시기인데, 올해 분위기는 어떨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중국에 자동차 소재 생산법인을 두고 있는 A기업 관계자는 "요즘 살얼음판에 서 있는 기분"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으로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중국 생산법인들의 적자가 좀처럼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차량 소재 기업들은 2000년대 들어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을 주목하고, 현지에 생산공장을 지어 진출했다. 차량용 소재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그 발판으로 대륙 진출을 결정한, 선제적 대응 전략 차원이었다.
시도는 좋았다. 범용시장 공략에 그치지 않고, 자동차 경량화 흐름을 타고 이왕이면 고부가가치를 내는 소재 시장에 주목한 판단은 인정받아야 마땅하다.
아쉬움도 있다. 엔지니어링 플라스틱과 복합폴리프로필렌 부문의 적자가 유독 중국 생산법인에 쏠려 있는 게 예사롭지 않게 보인다. LG화학과 GS칼텍스, 코오롱, 삼양사의 중국 법인이 적자를 낸 주된 요인이 현대자동차의 실적 부진에서 비롯됐다는 공통점도 있다. 현대차의 위기가 곧 소재 업체로 전이될 수 있는 구조라는 얘기다.
석유화학업계 전문가들은 자동차 소재 기업들의 리스크가 커진 주된 원인으로 '쏠림 현상'을 꼽는다. 해외에 진출해 있지만 주로 국내 전자, 완성차 업체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구조이다 보니 이런 상황에서는 실적 부진의 돌파구 마련도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설상가상으로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에 따른 경기 침체와 그에 따른 수요 감소, 위안화 약세에 따른 원료비 부담 가중까지 겹치면서 어려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LG화학은 시장 상황에 따라 원료 배합과 생산 제품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방식으로, 코오롱과 삼양사는 현지 업체들로 공급선을 넓히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중국이 최근 범용뿐만 아니라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의 자급률을 지속적으로 높여오고 있는 점도 국내 기업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대차의 중국 내수 판매 회복만 속절없이 기다릴 수 없는 노릇이다. 변화하는 시장 환경을 직시하고 중국 차량 소재업체의 추격까지도 따돌릴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공급선 다각화는 필연이 됐다.
양지윤 산업1부 기자 galile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