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알선 비리'에 고개숙인 김상조…전직 위원장 등 검찰 기소로 최대 위기
퇴직자 재취업 이력, 10년간 홈페이지에 공개… "사적 접촉 금지해 '전관 입김' 원천 차단"
2018-08-21 06:00:00 2018-08-21 06:00:00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공정위가 민간기업에 퇴직간부 채용을 강요했다는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와 관련해 고개를 숙였다. 김 위원장은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조직 쇄신 방안을 발표했다. 공정위는 퇴직자의 재취업 이력을 10년 간 홈페이지에 상세히 공개해 공정위 직원들이 업무와 연관되지 않게 철저히 경계하도록 했다. 공정위 직원과 퇴직자가 사적으로 접촉하는 것도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공정거래위원회 조직 쇄신 방안 발표'에 앞서 허리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앞서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지난 16일 정재찬 전 공정거래위원장과 김학현·신영선 전 부위원장을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또 노대래·김동수 전 위원장과 지철호 현 부위원장, 김모 전 운영지원과장 등 9명도 불구속으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에 따르면 정재찬 전 위원장 등은 지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퇴직 예정인 공정위 간부들을 채용하도록 민간 기업에 압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러한 압박에 따라 민간기업 16곳은 공정위 퇴직자 18명을 채용했다. 이 과정에서 공정위가 채용시기, 기간, 급여 등을 직접 결정하는 등 기업을 유관기관처럼 활용했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또 공정위는 퇴직을 앞둔 간부들이 공직자윤리법을 피해 재취업할 수 있도록 미리 해당 기업과 관련 없는 부서로 발령을 내는 등 조직적으로 편의를 봐준 혐의도 받고 있다.
 
공정위의 퇴직 간부 재취업 비리가 도마에 오르자 김상조 위원장은 고강도 조직 쇄신 방안을 마련했다. 김 위원장은 "비록 과거의 일이기는 하지만 이번 검찰수사 결과 밝혀진 재취업 과정에서의 부적절한 관행, 일부 퇴직자의 일탈 행위 등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잘못된 관행과 비리가 있었음을 통감한다"며 "공정위 창설 이래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린 최대 위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앞으로 퇴직자의 재취업 과정에 일체 관여하지 않기로 했다. 공정위 직원이 기업에 퇴직자의 재취업을 청탁할 경우 이를 신고할 수 있는 '익명신고센터'도 설치한다. 또 4급 이상 직원은 비사건 부서에 3회 이상 연속 발령을 받는 것도 금지된다. 퇴직을 앞둔 간부를 비사건 부서에 배치해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재취업심사를 피하는 경력관리 관행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또 퇴직 후 재취업한 직원에 대한 관리도 강화한다. 퇴직자가 공직자윤리법상 사전에 취업 심사를 받아야만 하는 취업 제한 기관이나 대기업에 들어가는 경우 10년간 취업 이력 등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기로 했다.
 
특히 현직자와 퇴직자간 사건 관련 사적 접촉도 전면 금지된다. 공정위는 현직이 퇴직자를 만날 때 사후 서면 보고하도록 한 '한국판 로비스트 제도'를 이미 시행하고 있는데, 앞으론 아예 접촉 자체를 금지하겠다는 방침이다. 뿐만 아니라 공정위 현직자가 퇴직자, 기업, 로펌 등 공정거래 업무 관계자와 함께 외부 교육에 참여하는 것도 금지된다.
 
이와 함께 공정위는 전속고발권을 부분 폐지하고, 공정위를 거치지 않고 법원에 직접 불공정행위 중지명령을 요구하는 제도를 뜻하는 '사인의 금지청구제' 등 사소 제도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공정위 퇴직자 전관예우 병폐가 불거지는 것은 공정위가 전속고발권을 통해 담합 등 공정거래 사건을 독점하고 있는 데서 비롯된다는 판단에서다. 앞서 공정위는 유통3법(가맹·유통·대리점법)과 표시·광고법, 하도급법의 전속고발권 폐지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쇄신 방안은 단순히 일회성 조치가 아니며, 향후 제도 운영 과정에서 나타나는 미비점을 지속적으로 보완·발전 시켜 나갈 계획"이라면서 "그간의 부적절한 관행은 공정위가 법 집행 권한을 독점해왔던 것에 기인한 측면이 있는데, 공정거래법 전면개편을 통해 공정위의 법 집행 권한을 분산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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