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퇴장, 그 후)③"'철거'만 능사 아니야, 피해·악영향 대책 마련이 먼저"
횡단보도 재설치·임대료 데이터 필요…보스턴 같이 확장 차로 지하화도 고려"
2018-08-13 06:00:00 2018-08-13 06:00:00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전문가들은 '걷는 도시 서울' 구현, 교통 흐름 향상, 상권 활성화를 위해서는 고가 철거 자체에 집중하는 기조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한다.
 
유정복 한국교통연구원 도로교통연구본부장은 "서울시가 고가를 철거하려면 대안도로 현황을 잘 봐야 한다"며 "철거 뒤에 속도가 줄어드는 경우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11년 이래 서울에서 철거된 6곳 고가차도를 보면, 철거 전후 통행 속도가 빨라진 고가는 2곳 정도였고 나머지는 시간대나 주변 도로에 따라 속도 증감이 제각각이었다. 지난 2014년 3월 철거된 아현고가차도의 경우, 철거 이후 서소문로는 속력이 늘었지만, 신촌로는 느려졌다. 특히 출근시간대에는 시속 32.9km에서 18.3km로 거의 '반토막'이 났다.
 
서대문고가 사례처럼 횡단보도가 없어져 손해보는 상권에 대해서는 법적인 범위(100~200m)에서 횡단보도를 다시 설치하라는 지적도 나온다. 보행자의 접근권을 보장하는 측면에서도 타당하다는 설명이다.
 
고가 철거로 인해 얼마나 많은 상인이 임대료 상승을 겪었는지 가려내는 작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서울시는 판별하기 어렵다고 했지만 전문가들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고준호 한양대 도시대학원 교수는 "서울시는 이미 조사 재료인 '샘플'을 많이 갖고 있다"며 "철거가 임대료에 미친 영향을 가려내서, 지원 여부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없어진 고가를 대체할만한 도로를 지하에 짓자는 제안도 있다. 지난 2005년 준공한 미국 보스턴시의 '빅 딕' 사업은 ‘교통체증 없고 녹지 가득한’ 도시로의 변신을 위해, 고가를 철거하고 도심을 관통하는 고속도로의 차로를 확장하며 지하화하는 도시재개발 사업이었다.
 
원래 보스턴시는 고가 하부를 개발했으나, 의도와 달리 하부가 슬럼화되자 철거로 방향을 틀었다. 그 결과 만성적인 교통 체증 해소와 미관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하루 25만대의 차량이 지하로 이동하자, 고속도로와 터널의 통행량과 통행속도가 사업 전보다 62% 향상됐다. 고속도로 상에서의 통행시간 및 차량 관련 비용 측면에서 연간 167만달러(약 18억8710만원)의 절감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경제적 효과도 커서 93만㎡ 면적의 구역이 상업 개발되고, 2600실 규모의 호텔이 들어섰으며 70억달러(약 7조9100억원)의 민간 개발투자가 이뤄졌다. 일자리도 4만3000개 창출됐다.
 
조한선 한국교통연구원 도로정책·운영연구팀장은 "고가보다 더 확장된 차선을 지하에 지을 수 있느냐가 교통 체증 해소의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6년 9월 한 시민이 미국 보스턴 노스 엔드의 공원에서 거리 피아노를 치고 있다. 대규모 개발 사업 '빅 딕'이 철거한 고가는 노스 엔드를 경유했다. 사진/뉴시스(AP)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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