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하늬·신지하기자] 정부가 올해 확정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개편방안의 핵심은 3주택 이상 다주택 보유자에게 더 무거운 세금을 물리게 한 것이다. 투기성향이 높은 3주택 이상 보유자들에게 주택을 팔지 않으면 높은 보유세를 감당할 수밖에 없다는 확실한 신호를 보냄으로써 다주택자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밝힌 셈이다. 그러면서도 다주택자들이 세 부담을 피할 길은 터줬다. 정부는 다주택자가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종부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해주기로 했다. 시장 안정과 임대사업자 양성화 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의 종부세 개편방안은 공정시장가액비율(현행 80%→90%)과 명목 세율(0.5~2%→0.5~2.5%)을 동시에 올리는 것이다. 또 1인이 3주택 이상을 보유한 다주택자들은 종부세 세율을 0.3%포인트 추가과세 하도록 했으며, 별도합산토지는 현행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번 개편방안으로 주택 종부세 세율인상의 영향을 받는 대상자는 시가 23억원(다주택자 19억원) 이상 주택을 소유한 2만6000명이다. 이중 3주택 이상자로서 추가과세를 적용받는 인원은 1만1000명이다.
정부 개편안은 앞서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내놓은 권고안 보다는 다주택자 과세에 초점을 맞췄다. 3주택 이상 다주택자와 실거주 목적의 1주택자를 동일하게 과세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지적에서다. 고형권 기재부 1차관은 "같은 가액이라 하더라도 자신이 살기 위해서 한 채 가지고 있는 경우와 여러 채를 가지고 있는 경우는 보유 동기가 다르다"며 1가구 1주택자보다는 다주택자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기조로 갈 것임을 확실히 했다.
이번 개편안이 내년부터 시행되면 공시가 35억원(시가 50억원)인 1주택자 세금 부담은 433만원 늘어나는 반면 보유주택 시세 합계가 35억원(시가 50억원)인 3주택자는 한 해 세금이 999만원 늘어나게 돼 1주택자와 3주택자의 차이가 2배 이상 확대된다.
공시가격 13억원(시가 19억원)이 넘는 3주택자 이상의 소유자들의 종부세 부담률도 증폭된다. 공시가격 12억원(시가 17억1000만원)의 3주택 소유자는 종부세가 9만원 느는데 그치지만 공시가격 16억5000만원(시가 23억6000만원) 상당의 집 3채를 소유하고 있으면 기존 334만원 내던 종부세가 507만원으로 뛴다. 또 공시가격 24억원(시가 34억3000만원)을 소유하고 있다면 종부세는 773만원에서 1293만원으로 늘어나며 공시가격 35억원(시가 50억원)의 경우 1576만원에서 2575만원으로 999만원 급증하는 식이다.
이는 공동주택 공시가격 인상률이 올해 전국 평균 5.02%였는데 내년에도 같은 수준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가정 하에 계산한 결과다. 만약 강력한 보유세 인상효과를 낼 수 있는 공시가격 현실화가 이뤄진다면 다주택자들의 보유세 부담은 이보다 훨씬 더 늘어나게 된다. 실제 국토교통부는 공시가격 현실화 추진에 따라 의견을 수렴 중으로, 당장 내년 공시에 적용할 수 있도록 늦어도 오는 10~11월에는 로드맵을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정부는 3주택 이상 보유자가 중과세 부담에서 완화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놨다. 소유한 집을 임대주택하고 장기임대(8년) 하는 경우 종부세 합산 과세 주택에서 제외된다. 임대주택 등록을 유도하면서 부동산 자산 선호현상을 완화시키겠다는 취지다.
박인호 숭실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다주택자들의 경우 여러가지로 세금을 부과 받는 상황이 돼 고민이 많을 것으로 보이는데, 임대주택 등록 여부는 정부가 얼마나 더 차별성을 강조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며 "전체적으로는 정부가 의도하는 세금을 더 걷는 최종 목적으로 한단계 앞으로 가고 있다고 해석되고 있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도 "이번 개편안은 재건축 등 고가 부동산을 많이 보유할수록 보유세 부담이 강화되는 구조"라며 "1주택자보다는 다주택자 등 부동산 과다 보유자의 종부세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정부는 특위에서 세 부담을 강화하기 위해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 금액을 현행 2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인하할 것을 권고한 부분에 대해서는 유보하기로 했다.
고형권 차관은 "작년 세제개편할 때도 한참 검토했던 부분이고 방향성에 대해서는 특위 의견에 충분히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며 "다만 납세자들의 예측 가능성 등을 부여해 가면서 세제개편을 해야하고, 다른 경제상황도 감안해 시와 때를 잘 조정해야 한다고 봐서 이번에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김하늬·신지하 기자 hani487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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