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하늬 기자] 문재인정부가 공평과세 실현을 위한 첫 단추로 내놓은 종합부동산세제 개편안이 당초 예상보다 대폭 낮은 수위에 머물렀다.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발표한 방안 중 가장 강력안 권고안을 적용하더라도 30억 다주택자가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종부세는 최대 연 174만원에 그친다. 부동산 불로소득에 따른 자산 불평등 문제를 해소하기에는 상당히 역부족인 소폭 손질이다.
2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22일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공개한 종부세 개편안을 바탕으로 세액을 계산한 결과 30억원 규모의 다주택자 종부세 납부액이 시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최대 0.21%에 그치는 것으로 추산된다. 추가 세금부담이 연 174만원으로, 다주택자가 보유한 시가 20억원 주택의 종부세의는 연간 최대 47만원에 불과하다.
재정특위가 내놓은 4가지 시나리오중 가장 유력한 방안으로 거론되는 방식은, 과세표준(세금을 부과하는 기준)을 정할 때 적용하는 공시가격의 비율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상향 조정하면서 세율을 올리는 것이다. 주택 종부세의 최고세율을 현행 2.0%에서 2.5%까지 올리고, 현행 80%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연간 2~10%포인트씩 인상하는게 골자다.
만약 내년에 세액이 가장 많이 늘어나는 경우를 산정해 공정시장가액비율을 90%로 올리고, 최고세율을 2.5%까지 병행해 높이더라도, 시가 30억원짜리 주택을 보유한 다주택자의 종부세 부담은 최고 174만원이다. 반면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단계적으로 올리기 위해 내년에 현 80%에서 82%로 올린다면 추가 부담비율은 59만원 뿐이다.
개별 사례를 적용하다보면 부담수준은 더 낮아질 수 있다. 해당연도 보유세 (재산세+종부세) 총액이 전년도 보유세의 150%를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과세가 제외되는 세부담 상한제가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1가구1주택자의 경우 공시가격에서 9억원(시가 13억원)이 공제되고, 장기보유(최대 40%), 고령자 공제(최대 30%)를 적용받아 최대 70%까지 세액공제가 적용된다.
정부도 보유세 개편안에 따른 세부담이 미미한 것으로 인정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종부세가 주택 시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현행 0.15%에서, 0.17%~0.21%로 상승하게 된다"며 "세액증가액은 그리 크지 않아 세금폭탄 우려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1가구 1주택자 배려가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위는 1주택자와 다주택자의 차등 과세를 또다른 대안으로 내놨는데 1주택자는 현행 세율을 유지하고, 다주택자만 인상된 세율을 적용하는 이원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중저가 다주택자보다 고가 1주택자를 우대해 과세형평성 제고에 역행할 우려가 있다.
이한상 고려대 교수는 "세율체계를 이원화하는 과세행정상의 문제점은 둘째로 치더라도 강남의 똘똘한 한채 보유심리를 자극할 우려가 크다"며 "현재도 1주택자 공제에 대해 이전 정부에서 만든 충분한 제도가 있을 뿐 아니라 과세기준 9억원도 시가는 13억 정도로 강남의 아파트들은 다 빠져나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종석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세율체계를 조정함으로써 그간 1주택자에 혜택을 너무 많이 줘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었던 부분에 대해 점진적으로 줄여나가야 한다"며 "정부가 너무 납세자의 정치적 수용 가능성에 겁내지 말고 적극적으로 과세개편 필요성을 설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번 보유세 개편안에는 가장 강력한 보유세 인상 효과를 볼 수 있는 공시가격 현실화 문제가 거론되지 않았다. 또 취득세, 재산세, 양도소득세, 임대소득과제 등 각 단계를 연계한 세제 합리화에 대한 내용이 담기지 않았다.
강병구 재정특위 위원장은 "점진적으로 부동산 세율, 종부세율을 정상화시킨다는 게 특위 내부적으로 합의된 내용으로 이번 대안이 시민사회에서 종부세 개편에 대한 기대와는 상당히 부족한 측면이 있다"며 "하지만 조세라는 것이 효율적이며 공평해야 하지만 국민적 수용성도 필요하고 때로는 속도조절이 필요하다. 임대소득세, 양도소득세 등 하반기 종합적인 세제 개편 로드맵을 제시할 때는 명목세율을 적절하게 조합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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