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관광객으로 인한 북촌한옥마을 주민의 고통을 덜어주려는 서울시 대책이 정작 주민의 외면을 받고 있다.
서울시와 종로구는 22일 오후 2시부터 종로구 웰니스센터에서 '주민이 행복한 종로관광 생각나누기' 주민 토론회를 열었다. 주민 토론회 순서는 원래 ▲관광 허용시간 등 주민피해 최소화 8대 대책 발표 ▲패널 토론 ▲주민과의 질의응답 등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토론회 시작이 임박할 때부터 토론회장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북촌 1·2지구 주민들은 의견을 서면으로 배포했다. 요구 사항은 북촌 지구단위계획 폐지, 현실성 있는 한옥마을 보존방안 시행, 전통문화 담긴 고급 관광지화 실현 등이었다.
이후 대책 발표가 중반에 다다르자 파열음이 나기 시작했다. 첫번째 대책인 관광 허용시간이 등장하자 주민들은 "공무원들이 토요일과 일요일에 출근해서 감독하나요", "말도 안돼"라고 불평하기 시작했다.
10분 남짓한 발표가 끝나자 주민들은 격앙돼있었다. 서울시로부터 8대 대책을 직접 듣지 못하고 지난 14일 언론을 통해 접했다는 점, 지구단위계획 등 근본적인 대책을 제시하지 않고 미봉책을 제시했다는 점에 화를 냈다. 여기저기서 "북촌이 관광지에요, 주거지에요. 그것부터 먼저 말하세요"라는 외침이 들려왔다.
청중의 반발이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자, 패널 사회자인 한범수 경기대 교수는 패널 토론을 거의 들어내다시피하고 주민의 의견을 듣기로 했다.
패널 중 1명인 김연주씨는 "8대 대책 자체도 실효성이 없을 뿐더러, 지구단위계획 변경 없이 관광 담당 부서가 미봉책을 내놓는다고 될 일이 아니다"라며 "서울시는 관광 담당 부서 뒤에 숨어서 '꼴뚜기'처럼 앉아있지 말고 나와라"라고 말했다.
다른 주민들도 한옥 주택을 상업용 등으로 활용하도록 지구단위계획을 비롯한 규제를 풀어달라고 주장했다. 주민 A씨는 "은평구는 한옥단지를 아파트와 병행하고 있고, 성북2구역 재개발 구역도 근대화된 한옥으로 짓는데 성곽길이나 자연경관과 잘 어울린다"며 "북촌도 지구단위계획을 풀어서 규제 완화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주민 B씨도 "한옥 짓는데 3.3㎡에 1100만원이고 양옥은 절반 가량"이라며 "한옥 폐지를 원한다"고 외치기까지 했다.
자유한국당 윤종복 종로구의원은 "북촌한옥마을을 관광지로 할 것인지, 주거 지역으로 할 것인지 정해야 대책이 나올 수 있다"며 "지난 2014년 종로구에 따르면, 북촌으로 몰려드는 소비자의 파급효과가 2조원이라는데, 수익을 북촌으로 환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회는 3시30분을 넘겨 끝났지만, 주민들의 성토는 그칠 줄을 몰랐다. 패널과 서울시·종로구 공무원들을 붙들고 요구사항을 얘기했다. 한 공무원이 "말씀 잘 담아듣겠습니다"라고 말하자 김 씨는 "잘 담아듣기만 하는 게 아니라 실천하셔야죠"라고 일침을 놨다.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웰니스센터에서 열린 '주민이 행복한 종로관광 생각나누기' 토론회 도중 북촌 주민이 일어나 서울시의 북촌마을 주민피해 대책에 항의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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