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린 메르스 판결…'38번 환자' 14일 항소심 선고
1심서 패소…'30번 환자' 항소심, 국가 배상책임 인정
2018-06-13 16:53:56 2018-06-13 16:59:14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감염된 환자들이 국가와 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 판결이 엇갈린 가운데 14일 '38번 환자'에 대한 항소심 선고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고법 민사9부(재판장 이창형)는 이날 오전 '메르스 38번 환자' 오모씨의 유족이 국가·대전 대청병원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 항소심 선고 공판을 연다. 지난 1월 1심 판결 당시 법원은 오씨 가족 대신 국가와 병원 손을 들어줬으나 약 한 달 뒤 '30번 환자' 이모씨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항소심 선고 때 원고 승소 판결해 같은 사안을 두고 판단을 달리했다. 오씨 측은 4월 항소심 재판부에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30번 환자의 항소심 판단을 존중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번 항소심에서 눈여겨 볼 쟁점은 국가가 감염병의 관리 등 국민을 보호해야 할 주의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다. 병원 측이 감염병 관리를 게을리하고 조기진단과 적극적 치료를 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됐다는 오씨 측의 인과관계 주장을 법원이 어떻게 판단할지도 관심이다. 
 
사망한 '38번 환자' 오씨는 지난 2015년 5월 간경화 등으로 대청병원에 입원했다가 다음 달 1일 메르스가 의심돼 충남대 병원으로 옮겼지만, 보름 뒤 메르스 감염증에 의한 폐렴 등으로 사망했다. 오씨는 지역 최초로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16번째 환자와 같은 병실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오씨의 딸·아들은 대청병원이 망인의 감염 가능성을 알고도 조기검진 및 치료 의무를 다하지 않고 사후피해확대방지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국가에 대해서도 전염병 관리 및 공공의료체계확립 의무를 위반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1심은 "망인이 발열 증상이 나타난 것은 2015년 5월26일부터다. 발열의 원인은 대단히 다양하므로 곧바로 메르스를 의심할 수 없는데 망인과 같은 병실을 쓴 '16번 환자'의 메르스 확진은 그해 5월31일 오전 6시에야 이뤄졌다"며 "대청병원 의료진이 그해 5월31일 이전에 망인의 증상을 메르스 감염에 의한 것으로 의심할 수 없었다고 봐야 한다. 망인에 대해 이뤄진 그해 6월1일 메르스 진단 검사는 지연된 것이라고 보이지 않는다"며 병원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또 "제출된 증거들만으로는 질병관리본부가 수행한 메르스에 대한 사전 연구 등이 재량의 범위를 일탈해 현저하게 부실하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국가 과실도 인정하지 않았다.
 
이후 법원은 '메르스 30번 환자' 이씨가 메르스 관리 부실의 책임을 져야 한다며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국가는 이씨에게 위자료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국가 과실과 이씨의 메르스 감염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 평택성모병원 역학조사가 부실하게 되지 않았다면 1번 환자가 입원한 기간 8층 병동 입원환자 등은 1번 환자 접촉자 범위에 포함되고 이씨의 감염원으로 추정되는 16번 환자도 조사될 수 있었다"며 "평택성모병원 역학조사팀은 1번 환자가 병실에만 머물렀다는 가정으로 의료진 외 같은 병실 환자 및 보호자만 밀접접촉자로 설정하고 일상적 접촉자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사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씨는 2015년 5월 발목 골절로 대청병원에 입원했다가 다음 달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고 완치됐다. 이씨는 자신의 감염원인 '16번 환자'가 처음 평택성모병원에 입원했을 때 공무원들의 메르스 관리 과실로 '1번 환자'에게 감염됐고 이로 인해 자신도 감염됐다며 국가를 상대로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은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들의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지난해 10월2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메르스 의심환자에 대한 선별 진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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