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망자 유족, 병원·정부 상대 손해배상 패소
"발열 원인 다양해, 곧바로 메르스 의심할 수 없어"
2018-01-23 15:14:25 2018-01-23 15:19:56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감염돼 사망한 환자의 유족들이 국가와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8부(재판장 이원)는 23일 38번째 메르스 사망자 오모씨의 딸과 아들이 대전 D병원과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망인이 발열 증상이 나타난 것은 지난 2015년 5월26일부터다. 발열의 원인은 대단히 다양하므로 곧바로 메르스를 의심할 수 없는데 망인과 같은 병실을 쓴 16번째 메르스 환자에 대한 메르스 확진은 2015년 5월31일 오전 6시에야 이뤄졌다"며 "D병원 의료진이 그해 5월31일 이전에 망인의 증상을 메르스 감염에 의한 것으로 의심할 수 없었다고 봄이 상당하고 망인에 대해 이뤄진 그해 6월1일 메르스 진단 검사가 지연된 것이라고 보이지 않는다"고 봤다. 
 
이어 국가 과실에 대해서도 "제출된 증거들만으로는 질병관리본부가 수행한 메르스에 대한 사전 연구 등이 재량의 범위를 일탈해 현저하게 부실하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사후적인 사정만으로 공무원들에게 어떠한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사망한 오씨는 2015년 5월 간경화 등으로 대전 D병원에 입원했다가 다음 달 1일 메르스가 의심돼 충남대 병원으로 옮겼지만, 보름 뒤 메르스 감염증에 의한 폐렴 등으로 사망했다. 오씨는 당시 지역 최초로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16번째 환자와 같은 병실을 썼다. 메르스 사태는 병원 내 감염 관리 소홀로 총 39명의 사망자를 낸 집단감염사건이다.
 
이에 오씨의 딸과 아들은 D병원이 망인의 감염 가능성을 알고 있음에도 조기검진, 치료 의무를 다하지 않고 사후피해확대방지의무를 위반했고, 국가는 전염병 관리 및 공공의료체계확립 의무를 위반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이 메르스 바이러스가 재검출된 지난 2015년 10월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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