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탄 출마자 "명함 돌릴 때도 편견에 부딪혀"
한국당 고만규 서울시의원 후보, 장애인·비장애인 이동 공약 내걸어
2018-05-30 18:35:05 2018-05-30 18:35:05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자유한국당 고만규(57) 서울시의원 후보가 "장애인 구분 없이 모두가 편한 세상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고 후보는 6·13 지방선거 본선 선거운동을 하루 앞둔 30일 서울 노원구 상계동과 중계동 등에서 시민들에게 명함을 돌렸다.
 
태어난 지 1년 뒤부터 소아마비였던 고 후보는 노원구장애인총연합회와 곰두리봉사협회 등 장애인 단체들에서 회장직을 역임했으며, 지난 2006년부터 정치인 인생을 시작했다. 당시 구의회 지역구에서 당선된 후, 2010년 시의원 비례대표로 당선됐다가 2014년 시의원 지역구에서 낙선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지역구를 옮겼는데 여기에는 본인이 장애인이라는 점이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고 후보는 "2006년까지만 해도 목발 짚고 선거 운동을 했지만 나이가 드니 사정이 달라지더라"며 "예전에는 목발 짚다가 넘어지면 다시 일어서면 됐지만, 이젠 뼈가 골절되기 때문에 휠체어를 타야한다"고 말했다.
 
하계2동, 중계 2·3동, 상계6·7동으로 이뤄진 노원4선거구는 전부 평지고, 일반 주택과 연립주택 없이 아파트만 있기 때문에 선거 운동이 비교적 편한 편이다. 또 임대아파트가 밀집해 장애인과 저소득층이 많은 편이기 때문에 득표에도 더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물론 조금 더 편한 선거구로 바꿨다고 해서 불편함이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고 후보는 "휠체어를 움직여 가까이 다가가면 멈칫하고 경계하는 게 느껴진다"며 "휠체어를 브레이크로 고정해놓고 명함을 내밀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고정을 해놔도 사람들이 피해가면 도리가 없다"며 "명함을 비장애인 후보의 10분의 1도 돌리기 힘들다"고 말했다.
 
거리로 나설 때마다 편견의 벽에 부딪히는 고 후보는 선거 운동을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의 장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명함에는 점자 문자도 적혀있다. 보통 비장애인 후보는 시각장애인에게만 점자 명함을 주지만, 고 후보는 인식을 바꾸기 위해 지나가는 시민 모두에게 돌린다.
 
인터뷰가 끝날 때쯤 고 후보는 전화 한 통을 받았다. 휠체어 업체로부터 걸려온 전화였다. 고 후보는 "휠체어 브레이크가 고장났다"며 "아파트 대지처럼 조금이라도 경사 있는 곳이 많기 때문에 반드시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고 후보의 주요 공약 중에는 비장애인과 장애인을 불문하고 이동과 관련된 정책이 많은 편이다. 명함에 적힌 6개 공약 중에는 공원 지하주차장 신설, 지하철 7호선 급행열차 추진, 무장애지역 조성 등이 있다. 또 선거 공보에 실린 5대 공약 중에서도 장애인 지원 정책, 대중교통 개선 및 주차 문제 등이 3분의2를 차지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고만규 서울시의원 후보가 30일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서 시민에게 명함을 건네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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