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입주기업인들 "제2 개성공단 추진 섣불러"
"개성공단 재가동 문제에 집중해야"
2018-05-02 15:12:53 2018-05-02 15:12:53
[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2 개성공단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개성공단 입주기업 측은 남북경제협력과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의 큰 틀에서 정책 추진의 방향성에는 공감을 나타내면서도 가장 시급한 현안인 개성공단 재가동부터 한 단계씩 풀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11년 만의 남북정상회담으로 개성공단 재가동에 파란불이 켜졌지만 제2 개성공단을 말하기에는 너무 섣부르다는 목소리다.
 
2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등에 따르면 정부는 경기 파주 장단면 일대에 이른바 제2 개성공단 조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지 규모는 1600만㎡(500만평)로 중단 직전 가동됐던 개성공단의 5배에 이른다. 개성공단이 값싼 북한 노동력을 활용한 패션·섬유업이 주를 이룬다면, 남한 내 추진되는 제2 개성공단은 남북 노동력을 동시에 활용한 첨단산업이 중심이 될 것이라는 게 골자다.
 
하지만 개성공단 입주기업인 측은 정부여당 등의 이 같은 움직임에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내고 있다. 경협을 위한 첫 단추인 개성공단 재가동 문제가 시작도 하지 못한 상황에서 다소 이른 이야기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개성공단기업협회 한 관계자는 "개성공단이 재가동되고 대통령 공약처럼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이라는 공약대로 남쪽에 제2 개성공단이 조성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개성공단 재가동 문제를 한 발짝도 떼지 못한 상황에서는 우려가 큰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제2 개성공단과 기존 개성공단의 시너지 효과도 현재로서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기존 개성공단 중단 당시 있었던 북한 노동력 5만명이 그쪽으로 유입되는 것 아니냐는 염려도 있다"면서 "입주기업인들은 제2 개성공단이라는 이야기가 너무 섣부른 생각이라고 본다. 개성공단이 정상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바로 인접 지역에 공단을 조성한다는 게 현실성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제2 개성공단 추진안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10·4 선언으로 합의된 개성공단 3단계 방안은 현재 1단계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개성공단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2006년 5월 1단계로 개성공단에 330만㎡(100만평) 토지조성공사가 완료됐지만 입주기업들에는 50%가량만 분양된 상황이다. 이후 천안함 폭침에 따른 2010년 5·24 조치로 개성공단 부지 확대 등은 동력을 잃은 지 오래됐다. 이와 관련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개성공단은 3단계 방안 중 1단계도 완성도 못한 상황에서 중단됐다. 개성공단에는 부지도 넘쳐난다"며 "현재는 남북정상회담의 긍정적 신호를 잘 살려나가 개성공단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파주 지역을 북한 쪽에서 생산된 제품을 유통하는 물류기지로 활용하는 건 모르겠지만 생산기지로 쓰는 건 노동력 활용 등 이해관계가 걸려 있어 다른 문제"라며 "개성공단의 넓은 부지가 있어 생산기지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중소기업계 한 관계자는 "남북정상회담이 개성공단 재가동에 긍정적인 시그널을 준 것은 분명하지만 이제 첫 발을 뗀 것뿐"이라며 "제2 개성공단 등 부차적인 문제들은 개성공단이 성공적으로 재가동된 이후에 다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개성공단 재가동 준비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한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는 3일 첫 월례 회의를 연다. 개성공단 재가동을 전제로 출범한 TF는 향후 공단 재가동 시 마주치게 될 현실적인 문제를 논의하는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남북경제협력보험금 반환이 대표적인 문제다. TF에 따르면 입주기업들은 공단 재입주 시 보험 약관에 따라 2016년 2월 공단 중단에 따른 피해 보상 차원에서 받은 경협보험금을 반납해야 한다. 하지만 상당수 기업들은 공단 중단으로 국내외 시설투자 등으로 이 돈을 소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7일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개성공단 입주기업인들이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효자동 사진관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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