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유통그룹들이 지배구조 쟁점 한편으로 벗어났지만 안전지대는 멀다.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각 그룹마다 폭탄을 안은 채 한진사태가 누르는 기폭장치를 주시하고 있다.
롯데는 사드 문제로 꼬였던 매듭을 풀고 있다. 지주전환, 순환출자 해소에 이어 막힌 구석이 뚫리는 부분이다. 롯데쇼핑이 26일 베이징 지역 21개 롯데마트 점포를 현지 유통기업 우마트에 판다고 밝혔다. 매각지연에 따른 재무부담 우려를 덜게 됐다. 최근 신세계도 지배구조 퍼즐 하나를 맞췄다.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이 정재은 명예회장으로부터 주식을 증여받아 신세계인터내셔널 개인 최대주주에 올랐다. 정용진 부회장과 그룹경영을 나누는 골조작업이 한창이다. 이달 초 현대백화점은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냈다. 각 그룹이 큰 짐을 내려놨다.
그럼에도 아직 어깨는 무겁다. 롯데는 신동빈 회장 재판이 묵직하다. 유죄 판결이 풀리지 않으면 계속될 수밖에 없는 문제다. 대표적으로 지주 전환에 따른 금융 계열사 매각 난제를 앞두고 있다. 재벌집단 구조상 굵직한 의사결정은 회장만이 가능하다. 옥중경영이 불가피한 대목이다. 이에 시민단체 등은 롯데 의사결정구조가 여전히 후진적이라고 비판한다. 그러면서 신 회장 이사직 박탈을 요구하고 있다.
경영진 비리 문제는 최근 한진일가 갑질사태로 산불처럼 번진다. '물컵갑질'부터 밀수, 세금포탈 의혹까지 커졌다. 사태는 촛불민심을 자극했던 황제경영 문제로 이어진다. 결국 이사회 구조를 고쳐야 전근대적 재벌구조가 해결된다는 시각이다. 이에 따라 경제민주화 관련 상법 개정안 처리 등 규제 압박도 커지고 있다.
롯데는 물론 신세계, 현대백화점 모두 관련 현안이 존재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말 조사한 바, 롯데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나 감사위원회, 보상위원회를 설치하지 않은 상장 계열사가 다수다. 신세계는 보상위원회와 내부거래위원회가 아예 전무했다. 현대백화점도 설치 수준이 미미해 규제 약점을 보인다.
시민단체들은 시행령 개정만으로도 가능한 일감몰아주기 규제부터 재촉하고 있다. 규제 대상 총수일가 지분 항목을 30%에서 20%로 강화하는 내용이다. 일례로 이마트는 이명희 회장 18.22%, 정용진 부회장 9.83%로 일가 지분이 28.06%다. 규제망에 살짝 벗어나 있다. 현대백화점은 순환출자 해소 과정에서 현대그린푸드에 대한 정교선 부회장 지분(23.03%)이 늘어났다. 정지선 회장(12.67%)을 포함해 일가족 지분이 이미 규제선을 넘었다.
개혁 요구가 공정거래법 개정 등으로 확산될 수도 있다. 이 경우 지주행위제한 강화 규제가 롯데를 겨눈다. 계열사 지분 확대 및 부채비율 조정 부담으로 연결될 문제다.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은 무리하게 지주전환해야 할 수 있다. 지주회사 요건 중 주식가액 합계를 자회사 주식에서 보유 계열사 주식 전체로 확대하고 주식가치 산정 시 공정가치를 기준으로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이를 통해 지주비율이 50%를 넘으면 강제 지주전환하거나 지분 일부 처분 또는 차입 증가를 통한 자산 확대 등 자본구조에 혼란이 생길 수 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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