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준 산업1부 기자
영화 <터미네이터>는 지난 1984년 1편을 시작으로 후속편이 이어지면서 30년 이상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았다. 영화에서 그리는 미래는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기계가 세상을 지배한다. AI 로봇은 인간에게는 불가능한 힘과 능력을 보유했다. AI 로봇에 비하면 한없이 약한 존재인 인류는 AI 로봇으로 기계 진영에 대응한다. 기계 진영의 로봇은 과거로 돌아가 인류의 핵심 인물을 제거하며 미래의 위협이 될 싹을 자르려 한다. 인간들도 AI 로봇을 과거로 보내 그 인물을 지키기 위해 기계 진영의 로봇과 싸우는 것이 영화의 기본 줄기다.
영화에 비하면 2018년 현재 AI 기술은 걸음마 단계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AI 플랫폼이 학습을 한다. 기업들은 이를 마케팅 등에 활용하며 이익을 추구한다. IBM·아마존·구글 등 글로벌 공룡들이 AI 산업을 주도하고 있지만 영화 속 AI 로봇에 비할 바 아니다. 로봇도 매장을 안내해주거나 산업 현장에서 단순 반복하는 일을 대체하는 정도다. 국내 기업들은 출발이 더 늦었다. 삼성전자·LG전자·SK텔레콤 등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뛰어들었지만 플랫폼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소비자들은 아직 굳이 돈을 내고 AI 서비스를 이용할 필요를 느끼지도 않는다.
반면 날로 똑똑해지는 AI에 대한 경계와 두려움도 존재한다. 지난 4일(현지시간) 세계 로봇 학자들은 이달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UN의 자율살상무기 논의를 앞두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앞으로 어떤 협력도 하지 않겠다며 보이콧을 선언했다. 카이스트가 지난 2월 한화시스템과 함께 문을 연 국방인공지능 융합연구센터가 '킬러 로봇' 연관 기술을 개발할 수도 있다는 것이 이유가 됐다. 카이스트는 "센터의 목적은 살상·공격용 무기 개발이 아니라 방위산업 관련 물류시스템, 무인 항법 등에 대한 알고리즘 개발"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또 "통제력이 결여된 자율무기를 포함한 인간 존엄성에 어긋나는 연구활동을 수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7월 페이스북은 자사의 이용자 응대용 AI가 자신들끼리만 알 수 있는 언어로 대화를 나누는 일이 빚어졌다. 페이스북은 시스템을 강제로 종료했다. 회사 측은 AI가 더 쉽고 빠르게 소통하기 위해 만든 자신들만의 언어라고 해명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AI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했다. AI가 인간에게 위협이 될 수 있으니 규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영화가 주는 경고는 이미 현실에서 그 가능성을 비쳤다. AI가 통제력을 상실하기 전 인간의 제어가 필요한 시점이다.
박현준 산업1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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