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중소기업에 맞는 ‘좋은 일자리’
2018-04-06 08:00:00 2018-04-06 08:00:00
좋은 일자리는 어디에 있는가?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해 헤매는 가운데 한편에서는 일할 사람이 없다고 한다. 인력의 미스매치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좋은 일자리를 쉽게 만들어내기도 여의치 않다. 일각에서는 '1기업 1인 채용'과 같이 단순하고 명쾌한 방안을 제시하기도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많은 기업들이 고용유지조차도 힘들다고 한다. 방법은 두 가지다. 현재의 힘든 일자리를 젊은이에 맞게 리모델링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창업으로 새로운 기업을 만들어 고용을 유발하는 것이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가장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는 중소기업에 인력이 가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 우선 낮은 임금수준을 올리는 것이다. 단기간에 중소기업이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수준으로 임금을 맞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정부가 나서서 그 격차를 완화하고자 다양한 제도마련과 임금지원책을 펼치고 있다. 최저임금의 단계적 인상을 통해 임금수준을 올리는 한편 여러 임금보조시책을 펼치고 있다. 청년내일채움공제는 중소·중견기업에 정규직으로 취업한 청년들이 장기근무를 하도록 공제적립금을 지급하고 있다.
 
근로자가 매월 12만5000원씩 2년간 적립한 300만원에 정부지원금 1300만원을 적립해서 최종적으로 근로자에게 1600만원이 지급된다. 정부는 3년형(3000만원)과 재직자형 5년형(3000만원)을 추가할 계획이다. 또한 청년추가고용지원금을 통해 5인 이상 사업장에 대해 신규고용시 1인당 900만원 3년간 2700만원을 지급한다. 34세 이하 인력이 중소기업에 취업시 5년 간 근로소득세를 면제해주며 전월세보증금 3500만원까지 1.2%의 저금리로 대출해준다. 중소기업이 상시근로자를 채용하면 1인당 700만원, 청년채용은 1000만원의 소득세 및 법인세를 공제해 준다. 이외에도 중소기업에 취업을 유도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나 사업이 있다. 이는 1년 미만 근무자의 경우 중소기업 취업자의 임금이 대기업의 67%인 상황에서 그 격차를 줄이고 청년의 취업을 촉진하고자 함이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일자리 개선이 임금인상만으로 이루어지기는 어렵다. 요즘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스타트업의 젊은이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발로 뛰며 '사서 고생'하는 것이 고액연봉이나 복지 때문일까? 아니다. 기업과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비전과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을 떠나는 이유의 하나는 '미래의 비전'이 없거나 일하는 보람을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종업원이 아닌 동반자로써 공유하는 비전을 심어주는 게 필요하고 스톡옵션과 같은 간접적이고 장기적 관점의 보상수단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장 소홀한 부분은 바로 근무환경이다. 열악한 중소기업이 많은 돈을 들여 근무·복지시설을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근로자의 입장을 고려한다면 적은 예산으로도 효과적인 환경개선이 가능하다. 예를 들면, 지방의 어느 중소기업은 구내식당을 호텔처럼 꾸미고 간단한 '부페식 점심'을 제공한다. 직원들이 "점심 먹으러 회사 간다"며 출근이 기다려질 정도라 한다. 또 다른 중소기업은 회사에 작은 카페를 차리고 커피와 음악을 제공한다. 커피숍문화에 익숙한 직원들을 고려한 것이다. 퇴근 무렵에는 수제맥주한잔을 제공하는가 하면 제비뽑기를 해서 당첨된 직원에 5만원의 행운상금을 지급하는 회사도 있다. 직원들이 신바람이 나서 일도 열심히 하고 웃음도 넘친다고 한다.
 
미국의 어느 정보사이트가 구직자들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구직자의 57%가 회사선택기준으로 좋은 음식이나 취미·운동시설, 재택근무, 카페분위기의 휴게실이나 안정감을 느끼게 하는 사무실인테리어 등 비금전적 혜택을 중요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이 좋은 일터가 되려면 젊은이들에게 눈높이를 낮추라고 하기보다 그들의 취향에 맞는 근무환경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 인력난이 심각한 제조공장의 사장님들에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왜 공장은 공장처럼 만들어야 하지요?" 공장이라는 말은 노동만 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깊다. 건물의 디자인이나 외벽의 색, 인테리어, 책상배치 등을 바꾸어보자. 식사하고 쉬고 노는 공간처럼 만들고 거기에서 일하도록 해주자. 좋은 일터는 꼭 최고의 일터만은 아니다. 출근하고 싶은 직장으로 바꾸려면 배려와 노력이 필요하다.
 
이의준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 경영학박사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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