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 당선인(5월1일 임기 시작)이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인 '문재인케어'와 전쟁을 선포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의료파업'이라는 강수에 시민단체와 정치권은 물론, 의료계와 환자들마저 차가운 시선을 보내는 등 공감대를 얻지 못하는 분위기다.
최 당선인과 의협 비대위는 '상복부 초음파 건강보험' 적용 정책 시행을 이틀 앞둔 지난달 30일 정부가 의료계와 협의 없이 문재인케어 정책을 발표했다고 비난했다. 문재인케어가 의료 건보재정을 파탄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정책 철회를 촉구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특히 의료를 멈춰서라도 이를 저지하겠다며 구체적 집단행동 유력날짜(이달 22일, 27일, 29일)까지 제시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과 대한한의사협회,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참여연대 등은 각각 성명서를 통해 최대집 의협 회장 당선인과 의협 국민건강수호비상대책위원회를 비판하는 입장을 쏟아냈다. 문재인케어에 반발해 진료거부 등의 집단행동 가능성을 시사한 것에 대한 비난이 주를 이뤘다.
보건의료노조와 국민건강보험노조 등이 소속된 전국사회보장기관 노동조합연대는 공동성명을 통해 "일부 의사단체가 필요한 진료를 건강보험 급여 때문에 못했다면 현재의 모든 급여항목을 비급여화 해야 한다는 논리인데 돈이 없는 국민은 아파서 죽으라는 말과 같다"며 "국민을 기만하고 호도한 것이라면 엄중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한한의사협회 역시 "국민 의료비 부담 증가는 외면하고 밥그릇 지키기에만 급급해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호도하는 의협의 행태를 모든 보건의료인들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한의계 역시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의협이 오로지 국민 건강과 생명을 위한 의료인 단체로서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의협이 상복부 초음파검사와 문재인케어 반대 명분으로 '국민을 위하여, 환자를 위하여'라는 수식어를 더는 사용하지 않기 바란다"며 "환자들은 의협의 진료중단 위협으로 생명권을 심각하게 침해받을 위기에 처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밖에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도 "국민 건강권 보장을 위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가 시급한 상황에서 보장성 강화정책을 투쟁 대상으로 규정하고 반발하는 의협의 행태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정치권 역시 의협의 행보에 날선 비판을 쏟아내는 모양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의료계와 국민을 선동하고 진료를 거부하겠는 으름장을 놓으면서 어떻게 국민의 동의와 지지를 얻겠다는 것인지 답답하고 안타까운 심경"이라며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볼모로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겠다는 집단이기주의 태도에 동의할 수 있는 단체와 국민이 어디 있겠는가"라고 꼬집었다.
각 계의 십자포화에도 최 당선인과 의협은 강경한 입장을 고수 중이다. 최 당선인은 이날 각 계 성명서 발표와 관련, "보건의료노조에 소속된 간호사나 의료기사 분들은 일선에서 의사들과 팀을 이뤄 환자들을 지키는 분들이고 실제로 현장에서 협력이 잘 이뤄지고 있는데 이번 노조의 성명서를 보고 '제 발등찍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문재인케어의 도입은 결국 병원의 매출감소와 도산을 야기하고 이는 노조 소속 근로자들의 급여 감소와 실직, 근로조건 악화 등을 초래하는 만큼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을 해서는 안 된다. 이번 노조의 성명서는 부적절하고 신중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참여연대의 주장에 대해선 "이미 국민적 신뢰를 상실한 단체인 만큼 그들의 의견은 언급할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한편, 최 당선인과 의협 비대위는 상복부 초음파 고시 효력 정지 신청 및 고시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성명서 발표 이후 보건당국과의 대화는 없었으며, 보건복지부가 전향적인 자세로 나오지 않는 이상 애써 대화를 나눌 이유도 없다는 입장이다.
3일 서울남부지방법원 앞에서 만난 최대집 의협회장 당선인은 연일 쏟아진 각 계 비난에 대해 "신중하지 못한 입장"이었다며 입장 고수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사진/정기종 기자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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