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지방금융지주 감사위원의 독립성이 퇴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음에도 BNK·JB·DGB금융지주의 감사위원 상당수가 이해가 상충될 수밖에 없는 자리를 겸직하는가 하면 친(親)정부 성향의 코드인사와 전문성이 의심되는 위원 등도 포함된 것으로 조사됐다.
지방금융지주의 감사위원 독립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왼쪽부터 BNK, JB, DGB금융지주 본사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BNK·JB·
DGB금융지주(139130) 및 광주은행은 오는 23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 안건 등을 의결할 예정이다.
통상 감사위원은 경영진의 직무 집행에 대한 감독과 내부통제시스템 등 업무 전반에 대한 감사와 평가를 통해 금융회사의 경영 투명성을 관리 감독하는 역할을 맡는다. 특히 '감사'라는 업무 자체가 전문성과 독립성을 요하는 자리인 만큼 감사위원 중 1명 이상은 반드시 회계나 재무 분야에 경험이 있거나 전문성을 갖춘 이들이어야만 한다.
그러나 금융 분야의 비전문가일 뿐 아니라 회계 관련 사안에 있어서도 전문성이 부족한 감사위원도 존재했다.
BNK금융지주(138930)는 주주총회 소집공고를 통해 정기영, 유정준 사외이사 후보의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안건 등을 공시했다.
현재 5명의 사외이사로 이뤄진 BNK금융 감사위원회에는 OBS 경인방송 대표이사 출신의 차용규 사외이사와 대한석유협회 부회장인 문일재 사외이사 등 금융 전문성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인사들도 포함돼 있다.
친정부 성향의 인사도 감사위원에 대거 포함된다. 특히 신임 감사위원회 위원 후보로 오른 정기영 계명대 회계학 교수의 경우 참여정부 초기인 2003년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한 바 있다.
기존의 감사위원인 윤인태 전 부산고등법원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로 경남고·부산출신 인사 모임인 ‘덕경회’ 멤버며, 문 사외이사는 참여정부시절 대통령실 비서관을 지냈다.
이에 따라 최정수 사외이사(전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가 감사위원회 위원 후보로 올랐으며, 현재 JB우리캐피탈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이광철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는 새로운 감사위원 후보로 선임을 앞두고 있다. 김대곤 전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이사장은 감사위원을 유임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 공시 기준 지방금융지주 감사위원 현황. 표/백아란 기자
계열사인
광주은행(192530) 역시 기존 감사위원으로 활동했던 장명철 전 한국전력공사 상임이사와 김상국 전 SK 차이나 홀딩 대표, 강상백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를 다시 감사위원 후보로 추대했다.
아울러 19대 대통령선거 당시 문재인 캠프 직속의 통합정부 추진위원회 위원이던 지병문 전 국회의원을 새로운 감사위원으로 선임하기로 했다.
DGB금융은 전 대구 지방 국세청장을 역임한 하종화 사외이사(현 감사위원장)를 감사위원회 위원 후보로 내정했으며, 신임 사외이사인 이담 전 부산지방법원 판사도 감사위원으로 올렸다. 감사위원들은 현 감사위원회 위원인 전경태 계명대 통상학과 교수와 함께 감사위원회를 운영하게 된다.
문제는 독립성이 필수적으로 보장돼야 할 금융사 감사들이 연임을 할 경우, 회사와의 유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 회사에서 오랫동안 일을 한 사외이사의 경우 연임 과정에서 경영진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등 눈치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DGB금융의 사외이사 감사위원 후보를 추천하는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의 경우 비서실에서 지원을 맡고 있어 사실상 최고경영자(CEO)의 입김에서 벗어나기가 어렵다.
감사위원의 겸직도 독립적 감사 기능에 발목을 잡는다. 대부분 감사위원들이 평균 3~4개의 직책을 맡고 있어서다. 특히 이들 감사위원 중에는 경영 업무의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위험관리위원을 겸직하는 사외이사도 있었다.
한편 현재 금융당국은 감사위원의 직무독립성과 전염성을 강화하기 위해 업무연관성이 큰 보수위원회를 제외하고 이사회 내 타위원회 겸직을 제한하는 내용의 ‘금융회사지배구조법 및 감독규정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감사업무의 독립성 보장을 위한 금융회사의 의무를 명문화할 계획”이라며 “상임감사위원이 없는 회사는 감사위원회를 보좌해 내부 감사 업무를 총괄하는 미등기임원인 내부감사 책임자를 의무적으로 선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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