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금융당국이 15일 각 금융그룹에 지배구조를 개선하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면서 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대주주 적격 심사, 임원 보수 공시, 사외이사 추천권 등 금융사 경영 전반에 대해 세밀한 지침이 나왔는데, 아직 당국의 가이드라인을 충족하지 못한 금융사의 지배구조 개편 움직임이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방안'에는 ▲사외이사 선출 등에 최고경영자(CEO) 참여 금지 ▲CEO 선임 투명성 강화 ▲대주주 적격성 심사제 손질 ▲5억원 이상 임원 연봉 공시 등이 포함됐다. 이 가운데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대주주 적격성 심사 기준 확대'다.
금융당국은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을 현행 최대출자자 1인에서 최대주주 전체 및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요주주로 대폭 확대했다. 이는 보험·증권·카드사를 소유한 대기업 총수 일가 모두가 적격성 심사 대상이 되는 것이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금융당국이 금융사 대주주에게 있어 재무적·도덕적 문제가 없는지 등을 확인하는 제도로, 금융사 사업 인가 과정의 필수 코스다. 당국이 대주주에 대해 부적격 평가를 내린다면 어떠한 인가도 받을 수 없기에 인가 획득의 최대 난제로 꼽힌다.
특히, 이럴 경우 삼성생명의 최다출자자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뿐만 아니라 특수관계인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게 된다. 현행법은 대주주 적격성 심사대상을 최다출자자 1인으로 제한하고 있다. 그동안 이건희 회장이 와병으로 심사를 받을 수 없는 상황임에도 대상에 해당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최다출자자나 최다출자자의 특수관계인이 사기, 횡령, 배임, 알선수재 등의 혐의(특정경제가중처벌법 위반)로 금고형 이상의 형을 받았다면 금융사 대주주로서 부적격 판정을 받게 되는 만큼 오너 리스크에 대한 경계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금융당국은 사외이사나 감사위원을 추천하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에 회장의 참여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곧 각 위원회에 대표이사(회장)의 입김을 배제하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관건은 신한금융지주다. 조용병
신한지주(055550) 회장이 회추위와 사추위에 참여하고 있어, 개편이 불가피하다. 앞서 신한지주는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자경위) 규정 등을 손질했지만 사추위 등에서 회장을 배제하는 내용을 추가하지는 않았다.
지배구조 내부규범의 개정이 통상 연 2회 정도 이뤄지는데다 올해 주주총회에서 선임할 사외이사 후보 추천을 이미 마무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규범의 추가 개정은 이번 지배구조 개선안이 반영되는 금융사 지배구조법 개정안 시행이 임박한 시점에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사진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단순히 CEO를 제외시키는 것은 어렵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장기적으로 경영 전략을 짜야하는 이사회 입장에서는 '대표이사 배제'를 명문화하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신한지주 등 금융사들이 고민하는 부분이 그렇다"고 전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내 금융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방안 간담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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