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형석 기자] "고객은 꾸준히 찾아오는데 기존 고객도 만기 연장을 해주기가 어려운 마당에 신규대출을 해줄 수가 없다. 폐업을 해야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최고금리 인하를 앞둔 대부업체 한 관계자는 기자에게 이렇게 털어놨다. 법정 최고금리가 2년 새 10% 이상 떨어지면서 더이상 대부업으로 수익을 내기 힘든 구조가 됐다는 것이다.
대부업은 통상 10%대의 금리에 자금을 조달하고 고객에게 20%대 중반 이상의 금리로 대출을 해준다. 10%의 수익이 날 수 있지만, 사실상 이마저도 여의치가 않다. 채권 회수와 관리비, 교통비, 추심비 등이 포함된 많은 인건비를 감수해야 한다. 직원 1명이 관리할 수 있는 금액도 3억원대에 불과하다. 그만큼 많은 직원을 고용해야 한다. 인지도가 없어 통상 대부업계에서는 대출잔액의 10% 이상을 광고에 투자해야 한다.
대출자의 상환능력이 떨어지다 보니 10명 중 2~3명은 파산신청을 한다. 빌려준 돈의 20%가량은 받을 수도 없다.
문제는 대부업체의 폐업이 늘어나면 취약한 금융소비자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점이다. 폐업한 대부업체가 지자체와 금융당국에 등록하지 않고, 불법사금융으로 흘러갈 경우 대부업계에서 대출이 어려워진 금융소비자들이 사금융에 몰릴 가능성이 있다.
앞서 지난 2016년 3월 34.9%에서 27.9%로 인하됐을 당시에도 대부업 이용자수는 감소한 반면, 불법사금융 이용자수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원회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부업 최고금리가 27.9%로 인하된 해 대부업 이용자는 18만명 감소(268만명→250만명)했다. 반면, 같은 기간 불법사채 이용자수는 43만명으로 전년도(33만명)에 비해 무려 30.3%나 증가했다.
불법 사금융 피해 사례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최근에는 연 4400%의 이자를 챙기며 '장기를 팔아서라도 돈을 갚아라'라고 협박한 불법사채업자가 적발되기도 했다. 이들은 '30·50·70만원 대출 일주일 후 50·80·100만원 상환' 방식으로 약 5300명으로부터 최고 연 4400%의 이자를 받으며 무등록대부업을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부업계가 그간 높은 금리 대출로 취약 금융소비자들의 비난을 받아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정부에서 법정 최고금리만 낮춘다는 것은 아랫돌을 빼서 윗돌을 막는 것에 불과하다. 대부업의 음성화를 막을 수 있는 정부의 포괄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김형석 기자 khs8404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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