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최근 몇 년간 미세먼지로 푸른 하늘 보기 힘들어지고 있다. 바다 건너 중국을 원망해보거나, 당장 공기청정기를 틀고 마스크 쓰는 것 말고는 마땅한 대책도 없다. 미세먼지 감축을 위한 서울시의 대중교통 무료 정책은 ‘150억원 낭비’ 내지 실효성 논란에 시달리기도 했다. 환경단체 환경정의포럼 박용신 운영위원장은 “교통사고에 비용 들이듯, 미세먼지에도 들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내 미세먼지 상당수가 중국에서 왔더라도, 결국에는 국내 시민의 노력이 있어야 줄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박 위원장은 환경정의에서 활동하며 2003년 수도권 대기 특별대책을 정부와 함께 만들었고, 서울시에서는 녹색서울시민위원회에 들어가 2016년까지 미세먼지 등 환경 정책 수립에 관여했다.(편집자주)
박용신 환경정의포럼 운영위원장이 서울 마포구에 있는 환경정의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학부를 마치고 곧바로 환경운동에 투신한 계기는 무엇인가.
1994년 대학생 당시 전국대학생환경감시단을 꾸리고 운영하면서 환경행정이 겉만 그럴듯하고 실제로는 환경에 도움이 되지 않는 모습을 많이 봤다. 시민의 눈으로 환경을 감시하는 단체를 만들 필요성을 느껴 환경단체에 상근하고 환경정의를 창설하는 데 이르렀다.
한국 미세먼지 문제는 어떤 수준인가.
교통사고는 1년에 5000~6000명 사망하는데, 수도권에서 대기오염으로 조기 사망하는 인구는 1만명이다. 물론 생명의 가치를 비교하기 쉽지도 않고, 교통사고가 조기 사망보다 갑작스럽긴 하다. 하지만 대기오염 사망자는 수치상 교통사고의 ‘더블’이고 수도권만 따졌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미세먼지 배출이 특히 어린애들, 할머니와 할아버지 등 노약자 건강에 영향을 많이 미친다. 어린이는 단위 체중 당 호흡량이 많아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 가장 소중한 건 내 목숨과 자녀 목숨이라고 하지 않느냐. 생명의 위협이 될 수 있는 물질을 줄여야 한다. 특히 디젤차에서 발생하는 질소산화물은 미세먼지 생성으로 이어져 1급 발암물질이 된다.
서울시 ‘무료 대중교통’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서울시가 대중교통 무료 정책으로 한 번에 50억원씩 쓴 데에는 ‘헛돈 썼다’는 말이 나온다. 게다가 마스크 말고는 별다른 대책도 없다. 모든 시민이 피해를 받는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50억원이든 100억원이든 들일 필요가 있는 것이지, 50억원이 많아 보인다고 해서 아무것도 안해야 하나. 원래는 강제 차량 2부제와 대중교통 무료를 병행해야 지금보다는 훨씬 효과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시민 의식이 미비하다는 이유로 공공 부문에만 2부제를 적용하고 민간은 자율로 하는 바람에 교통량이 많이 안 줄었다. 강제로 차량 2부제를 하고, 대중교통 무료 정책을 연동하면 지금보다는 훨씬 더 나을 거라 생각한다.
서울 미세먼지 발생원인 중 가장 큰 것은 무엇인가
환경정의의 모니터링에 의하면 초미세먼지 농도가 150~200㎍/m³ 까지 올라갈 경우, 초반에는 중국 기여도가 70~90%에 이른다. 다만 중국에서 오는 미세먼지는 계속 한국에 머무르지 않고 지나가게 돼 있다. 결국 미세먼지를 가장 빨리 낮출 수 있는 방법은 국내 자체 발생원 감축이다. 서울은 미세먼지의 발생원이 거의 자동차이다. 미세먼지의 최고 75~85%까지 자동차에서 발생한다. 따라서 자동차 운행 감축
이 가장 효과적이다. 아직 강제 2부제가 존재하지 않으니, 서울시가 대중교통 무료 정책으로 자율 2부제를 유도하려 했지만 다소 한계가 보인다. 프랑스 등 유럽의 여러 국가가 강제 차량 2부제를 하듯이 한국도 그렇게 할 때가 왔다.
미세먼지 감축 정책이 국민 권리를 침해한다는 지적이 있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소각장이 운행을 제한하면 시민의 자유나 재산을 침해하지 않는다. 노후 석탄발전소의 조기 폐쇄 역시, 사기업 입장에서는 손해라고 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하천 옆에 있는 기업들이 왜 폐수를 정화하는가. 그 돈은 자기가 다 들여야 하는데 말이다. 기업이 시민에게 환경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영업행위를 하면 제일 좋다. 그게 안 되니 최소한의 사회적 합의에 따라서, 피해가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범위 내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예를 들어 미세먼지 심한 날에 철거 공사나 야외 도장 작업하지 말라는 조치가 사유 재산 침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당신들이 돈 벌기 위해서 일반 시민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면 되느냐’고 되묻고 싶다. 일반 시민에게 건강 피해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뤄지는 영업은 재산 침해가 아니다. 또한 일반 시민이 누려야 할 건강 보장성은 점점 강화되고 있다. 예를 들어 일조권이 예전엔 아무 의미도 없었지만, 이제는 건축 허가 여부를 결정짓는다. 사익은 다른 개인이나 사회적 공동체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추구하게 돼 있다
중국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외교는 해결 여부를 떠나 무조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정부가 노력을 많이 하나, 국민의 시각에서 보면 부족한 건 사실이다. 다만 중국도 노력을 많이 하고 있고 조만간 많이 나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중국은 작년까지 미세먼지 줄이려고 300조원 예산을 들였고, 지자체도 미세먼지 줄이려고 경쟁 중이다. 중국 북부가 이전에는 정화조도 없이 석탄(갈탄) 난방을 하면서 먼지가 어마어마했다. 베이징 상공에 300~400㎍/m³ 있다가 한국에 오면 150㎍/m³ 이 되는 식이었는데 이제 도시가스 공급하면서 석탄 난방을 없애려고 한다. 그 결과 그나마 다행히도 원래 11월부터 오던 미세먼지가 작년 11월에는 덜 유입됐다. 또한 여태까지 한국이 중국에게 미세먼지 공동연구를 하자고 해도 중국이 받아주지 않던 기조도 바뀌고 있다. 최근 한중정상회담이 이뤄지면서, 한국과 중국의 환경부 장관들도 만나 양국의 미세먼지 발생 원인을 공동연구 하기로 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공식적으로 중국에 문제제기할 정도로 과학 데이터가 쌓일 것이다. 중국에 미세먼지 농도를 낮추라고 말하려고 하면 자체 노력을 최대한 다 해야 한다. 중국이 미세먼지 줄인다고 해도 제로로 줄일 수는 없다. 국내 미세먼지 농도는 현재 상태에서도 뉴욕, 파리보다 2~3배 높다. 중국이 줄이더라도 우리 역시 줄여야 한다. 우리가 최선을 다해야 “우린 더 줄일 게 없다”고 읍소하고 요구할 수 있다. 그래야 시민 건강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앞으로 닥칠 환경문제는 무엇인가
미세먼지는 앞으로 10년은 갈 이슈다. 지구 온난화는 지금은 아니지만 앞으로 더 큰 위기로 다가올 수 있다. 예를 들어 서울은 세계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기후변화 대응과 준비가 잘 돼 있고, 침수·무더위·추위로 시민이 사망하는 일이 많이 없다. 하지만 올해 캐나다·미국처럼 기온이 영하 50도까지 내려가면
서울이 버틸 수 있을까. 장담하기 어렵거니와 그렇게 시스템이 잘 갖췄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 정도로 극한을 대비하지는 않았으니까. 극한의 환경을 대비한 개인과 행정기관의 준비가 병행돼야 한다.
전국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인 지난 20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 대기가 흐리다. 사진/뉴시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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