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건조기가 세탁기·에어컨·김치냉장고 등과 같은 필수가전으로 자리매김할 기세다. 사계절 환경문제로 떠오른 미세먼지가 건조기를 필수가전 반열에 올려놓은 핵심 요인이다. 이밖에 주거환경 변화와 높은 사용자 만족도도 건조기시장 성장세에 힘을 보태는 중이다.
17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국내 건조기시장 규모는 연간 판매량 기준으로 2016년 10만대에서 지난해 60만대로 6배 이상 성장했다.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가전제품 전문 판매점 하이마트에서 건조기 매출은 전년 대비 1200% 성장했고, 전자랜드에서는 3500% 성장했다.
이 같은 성장 추세는 지속돼 건조기시장 규모는 올해 100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연간 판매량 100만대는 건조기가 필수가전 반열에 올랐음을 증명하는 수치다. 필수가전인 냉장고·세탁기·에어컨은 각 130만~150만대 규모이고, 김치냉장고는 115만~120만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연간 판매량 100만대 이상이면 필수가전 범위에 진입했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건조기시장의 급성장 배경에는 사계절 환경문제가 된 미세먼지가 중심에 있다. 미세먼지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벤젠과 같은 1군 발암물질로 지정됐는데, 호흡기, 심혈관계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건강을 위협하는 미세먼지 탓에 창문을 닫아거는 가정이 늘면서 통풍에 의한 빨래 건조가 어려워졌다. 미세먼지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건조기는 통풍 없이도 빨래를 쉽게 말릴 수 있어 주목받고 있다.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2017년 경기 지역의 미세먼지 주의보, 경보 발령 횟수는 전년 대비 2배 늘었다. 최근 미세먼지는 겨울철에도 말썽을 부리며 계절을 가리지 않는 환경이슈가 됐다.
주거환경 변화 또한 건조기시장에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게 하는 요소다. 1~2인가구가 절반을 넘는 최다 가구(통계청·2015년 기준)가 됐는데, 소규모 가구들은 오피스텔, 주상복합형 주거형태에 대한 수요가 많다. 문제는 오피스텔, 주상복합형 건물은 아파트와 달리 베란다가 없고, 창문도 부분 개방되는 등 빨래 건조를 위한 환기가 잘 안 되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 최근 건설되는 아파트 또한 발코니 확장형이 많아 빨래 건조 공간이 넉넉하지 않다. 이같은 주거환경의 변화는 실내에서도 효과적으로 빨래를 말릴 수 있는 건조기에 대한 수요로 이어졌다.
건조기는 특히 사용자 만족도가 높은 제품으로, 업계의 마케팅보다 사용자 입소문을 타고 시장이 커졌다는 흥미로운 분석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여성분들이 특히 만족도가 높다. 청소·설거지·빨래 등 주부 3대 고충 중에 빨래의 경우 세탁 이후 털어서 말리는 과정이 가장 힘겨워하는 부분"이라며 "건조기는 건조뿐만 아니라 옷에서 나오는 머리카락, 미세먼지를 제거해주고 옷을 삶고 소독해주는 기능도 있어 사용자 만족도가 정말 높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건조기는 소비자 입소문을 타고 시장이 커진 제품"이라고 했다.
건조기가 필수가전급으로 체격이 커지면서 기업들의 시장 진출도 활발하다. 시장점유율 70%로 1위인 LG전자에 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3월, 중견 생활가전기업 SK매직은 작년 6월 진출했다. 동부대우전자는 이달 말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고, 교원그룹의 생활가전 브랜드 웰스는 올 상반기 중 제품을 선보인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세탁기와 건조기를 짝으로 구매하는 비율이 90%인데, 국내도 1세탁기·1건조기 시대가 올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2016년 10만 규모였던 건조기시장은 올해 100만대 이상으로 커질 전망이다. 사진=SK매직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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