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삼성중공업 부실과 함께 최대주주인 삼성전자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삼성전자로서는 지난해에 이어 또 다시 삼성중공업 유상증자에 나설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재용 부회장의 사재 출연 여부도 관심을 모은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6일 올해와 내년 영업손실 추정치가 각각 4900억원과 2400억원이라며, 내년 5월 완료 목표로 1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계획 중이라고 공시했다. 증자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추진된다. 삼성중공업의 최대주주는 삼성전자(16.91%)다. 목표 달성을 위해 삼성전자가 가장 많은 부담을 질 공산이 크다. 불참할 수도 있지만, 이 경우 흥행 참패로 직결돼 가능성은 극히 낮다. 더욱이 삼성중공업의 특수관계인 지분 합계가 23.19%에 불과해 경영권 방어를 위해서도 실권은 최소화해야 하는 형편이다. 지분이 20% 아래면 지분법 관계회사에서도 제외된다.
삼성중공업은 앞서 지난해 11월에도 1조1000억원 유상증자를 실시해 삼성전자가 1811억원을 출자한 바 있다. 당시 삼성생명,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물산 등 다른 계열사들도 모두 증자에 참여했다. 보람도 없이 다시 고통분담에 떠밀리게 됐다. 삼성중공업은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될 자금 대부분을 부채 상환에 사용할 예정이다. 계열사들이 채무를 대신 변제해 주는 셈이다. 삼성전자 주주들은 자신들의 출자금이 새는 것을 지켜보면서도 딱히 저지 수단은 없다. 사업 연관성이 떨어지는 데다, 경영실패 과정과도 무관하지만 그룹 지배구조상 출자는 피할 수 없다.
금산분리 규제 강화로 2대 주주인 삼성생명(3.24%)이 실권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경우 다른 계열사들이 부담을 나눠 질 수밖에 없다. 삼성중공업 주가는 증자계획 발표 직후 폭락해 18일 7160원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유상증자 발행가(7170원)와 차이가 없어 추가하락이 불가피해 보인다. 내년까지 적자가 이어진다는 '커밍아웃' 여파도 상존한다. 3분기 실적 발표 때만 해도 부실 징후를 내색하지 않아 시장 신뢰를 잃었다. 신임 대표의 부담을 덜어줬다는 해석도 있지만, 일반 투자자들이 선뜻 접근할 수 있는 여건은 아니다. 외국인들과 기관들도 연일 매도 행렬이다. 때문에 실권주가 대량 발생하면 계열사들이 초과청약 또는 일반공모에 참여해 추가 출혈을 감수해야 한다.
이 부회장의 유상증자 참여는 부정적 상황을 타개할 대안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 부회장은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 당시 실권주 인수 계획을 미리 밝혀 흥행을 도운 바 있다. 특히 이 부회장이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책임경영을 강조하기 위해 증자에 참여할 것이란 관측이 재계에서 힘을 얻고 있다. 삼성중공업의 자산 매각, 인력 감축 등 자구노력 외에 총수일가가 일정 부분 책임을 져야 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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