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지난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당시 사법 방해 의혹을 수사하는 주체의 적절성을 두고 9일 국회에서 제기한 지적에 대해 검찰이 수사의 정당성을 강조하면서 단호한 의지를 내비쳤다.
서울중앙지검 국가정보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 관계자는 이날 사견을 전제로 "사법 방해와 관련한 피해자는 개인이 아니라 전 국민이고 국가라고 생각한다"며 "당시 진실이 은폐되거나 덮이지 않고 다 밝혀졌다면, 책임질 사람이 책임졌다면 4년이 넘도록 이렇게 온 나라가 시끄럽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날 오전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여야 모두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이번 국정원 수사를 지휘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윤 지검장은 댓글 사건의 당사자를 넘어서서 피해자로, 그 사건으로 쫓겨갔다"며 "정권이 바뀌었다고 거기에 칼을 주고 흔들게 하면 누가 공정하다고 신뢰를 하겠느냐"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당시 윤석열 수사팀은 댓글 수사를 담당했고, 어떻게 보면 수사를 방해당한 당사자 측면이 있다"며 "수사가 과연 공정성을 기할 수 있겠느냐는 측면에서 검사들이 얘기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당 금태섭 의원은 "재배당을 깊이 고려해 봐야 할 것이 아닌가 한다"며 "적어도 대검찰청과 법무부에서 수사 지휘를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지검장은 2013년 4월 국정원 대선 개입 특별수사팀장으로 수사를 지휘하는 과정에서 국정원 직원에 대한 체포와 압수수색, 원세훈 전 원장에 대한 공소장 변경 과정에서 상부에 보고하지 않은 이유로 징계를 받았고, 이후 수사 체계에서도 배제됐다. 이후 지난해 말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 수사팀장을 맡았고, 올해 5월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취임했다.
댓글 사건에 대한 수사·재판 당시 국정원 법률보좌관으로 파견돼 내부 TF 구성원으로 활동했던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가 지난 6일 영장심사를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고도 검찰의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8일 정기 면담 보고에서 윤 지검장에게 "국정원 관련 수사에 대해 사건 관계인의 인권을 더 철저히 보장하고, 신속하게 수사해 진실을 명확하게 규명하라"고 지시했다.
이를 의식한 듯 이후 검찰의 수사는 이달 초까지 핵심 피의자를 연이어 불러 조사한 것과는 다르게 다소 숨을 고르는 모양새다. 검찰은 변 검사의 죽음 이전 계획한 대로 임관빈 전 국방부 국방정책실장과 김관진 전 장관을 각각 6일과 7일 불러 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활동을 조사한 것 이후로는 현재까지 이번 주 내 별다른 피의자 소환을 예정하고 있지 않은 등 신중한 행보를 나타내고 있다.
다만 검찰은 8일 김 전 장관과 임 전 실장에 대해 군형법 위반(정치관여)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신승균 전 국정원 국익전략실장, 유성옥 전 심리전단장을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하는 등 수사 일정을 진행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군 사이버사 관련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며 "김 전 장관 본인에 대한 수사가 일단락돼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군(軍) 사이버사령부 댓글 공작에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는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조사를 받기 위해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던 중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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