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1일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관통하는 화두는 ‘국가란 무엇인가’와 ‘국민의 삶’이었다. 특히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극복과정에서 왜곡되고 무너진 국민들의 삶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 정상화시키겠다는 의지를 연설문 곳곳에 강하게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취임 후 두 번째 국회 시정연설을 가졌다. 의상은 지난 5월10일 취임식 당일 착용했던 감색 양복을 착용했다. 넥타이는 당시의 것은 아니만 색을 당시와 동일한 푸른색을 선택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초심으로 국정에 임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월 추경안 시정연설때처럼 파워포인트(PPT)를 활용해 약 35분간의 연설을 이어갔다. 주요 키워드로는 ‘국민’이 가장 많은 70회 언급됐고, ‘경제’ 39차례, ‘국가’와 ‘나라’는 각각 25차례, 14차례씩 언급됐다. ‘일자리’와 ‘한반도’도 13번 입에 오르내렸다.
이날 시정연설은 20년 전 IMF 외환위기로부터 시작됐다. 문 대통령은 “국가경제는 더 크게 성장했지만 외환위기가 바꾸어놓은 사회경제구조는 우리 국민들의 삶을 무너뜨렸다”며 “경제가 성장해도 가계소득은 줄어들고, 경제적 불평등이 갈수록 커지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사람중심 경제'를 그 해법으로 제시했다. 일자리와 소득주도 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가 세 개의 축을 이룬다. 이미 한계에 봉착한 재벌·대기업 주도의 경제성장 대신 성장의 과실을 각 경제주체에게 골고루 분배해 저성장과 양극화를 근본 해결하겠다는 복안이다. 이외에도 국민의 삶을 바꾸기 위한 적폐청산과 한반도 평화, 개헌과 선거제도 개편, 국민 안전과 안보, 여야 협치 등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대하는 여야의 모습은 극명하게 갈렸다. 문 대통령은 연설 도중 모두 23차례의 박수를 받았지만, 적극적으로 호응한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소속 의원들과 달리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의원들은 일부를 제외하고 침묵을 지켰다. 특히 한국당 의원들은 단체로 ‘상복’을 입고 굳은 표정으로 본회의장에 입장했다. 시정연설 도중에는 ‘공영방송 장악 저지’ 등의 문구가 쓰인 현수막을 들어올리기도 했다.
그렇지만 문 대통령은 연설을 마치고 야당쪽 통로로 이동해 한국당 의원들을 찾아 악수를 청했다. 현수막을 들고 있는 의원들과도 웃는 얼굴로 악수를 하자 민주당 의원들 쪽에서 “우와”라는 환호성이 터졌다. 문 대통령은 본회의장 뒤쪽에 자리한 야당 중진의원들과는 더 열심히 악수하고 인사를 나눴다. 청와대 관계자는 “통합과 상생, 협치를 강조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여야의 상반된 모습은 공식 논평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민주당의 제윤경 원내대변인은 “지난 대선과정에서 국민에게 약속했던 공약 이행과 새 정부의 정책 방향, 국정과제를 실천하기 위한 정부의 다짐이 잘 반영된 것으로 평가한다”며 “여야 모두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통해 우리 경제에 골고루 온기가 전달되도록 하는데 협력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도 “IMF 외환위기 이후 우리 사회경제구조에 무한경쟁과 각자도생이 자리 잡았다는 오늘 시정연설 도입부에 깊이 공감한다”며 “임기 마지막까지 오늘의 말씀을 잊지 말아주시기 바란다”고 호평했다.
반면 한국당 강효상 대변인은 “빈곤한 철학과 비현실적인 대책만 가득한 허탈한 시정연설”이라며 “문 대통령의 연설에는 현재도, 미래도 없이 과거의 흔적 쫓기만 가득했다”고 혹평했다. 바른정당 박정하 수석대변인도 “안보·성장·통합에 대한 고민이 보이지 않는 3무 시정연설”이라며 “집권한 지 반년이 지났는데 여전히 대통령 후보의 연설을 듣는 것 같은 아쉬움이 남는다”고 꼬집었다.
국민의당 손금주 수석대변인은 “국회와의 소통을 위한 노력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다만 문재인정부의 정책이 모두 정답이고, 촛불 혁명을 이끈 국민의 뜻이라는 인식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18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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