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국회를 중심으로 노동권 신장을 위한 노동관계법 개정 논의가 한창이다. 국정과제 이행의 일환으로 정부와 여당이 주도하고 있는 만큼 처리 전망은 밝다.
우선 비정규직의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개정안이 다수 발의돼 있다. 대표적으론 계속근로 1년 미만 노동자에게도 퇴직급여를 보장하는 내용의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개정안과 육아휴직 기준을 ‘계속근로기간 1년’에서 ‘고용보험 가입기간 1년’으로 완화하는 내용의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있다. 모두 환노위 여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이다. 퇴직급여와 관련해선 근로계약이 갱신되는 경우 총 근속기간을 계속근로기간으로 보도록 하는 내용의 같은 당 윤관석 의원의 개정안도 발의돼 있다.
현행법상 계속근로기간이 1년 미만인 노동자에 대해선 퇴직급여제도 설정이 의무가 아니다. 이 때문에 계약기간 1년 미만 노동자는 총 근속기간이 1년을 넘어도 퇴직급여를 받을 수 없다. 육아휴직도 퇴직급여와 기준이 같아 비정규직은 육아휴직을 사용할 길이 막혀 있다.
특히 근로기준법 적용 범위를 법적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장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도 환노위 고용노동소위원회에 상정돼 논의 중이다. 해당 개정안은 한정애 의원과 정의당 이정미 의원 등이 대표발의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5인 이상 사업장에 대해서만 적용된다. 또 노동시간 등 일부 조항에선 특례·예외 범위가 지나치게 넓은 문제도 있다.
아울러 30여개 노동법의 ‘근로자’라는 명칭을 ‘노동자’로 변경하는 내용의 법안(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 대표발의)도 제출돼 있다. 노동자란 표현이 ‘부지런히 일한다’는 의미의 근로보다 가치중립적이고 능동적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에, 법률안의 명칭만 변경돼도 노동자들의 노동권이 신장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30여개에 달하는 법률을 모두 개정해야 하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문제인 만큼 단기간 내에 처리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주 노동시간 한도를 52시간으로 명확히 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최대 쟁점법안임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처리가 미뤄지는 상황을 전제로 ‘행정해석 변경’이라는 초강수를 꺼내든 만큼 올해 정기국회 중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해선 이견이 적지만 사업장별 유예기간을 두든 문제, 휴일노동이 초과노동에 해당할 경우 수당을 중복 할증하는 문제 등을 놓고는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발의가 예정된 법률로는 비정규직 ‘기간 제한’을 ‘사용사유 제한’으로 개편하는 내용의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상습적 임금체불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있다. 두 입법은 지난 18일 발표된 ‘일자리정책 5년 로드맵’을 통해 예고된 사안이다. 고용노동부는 당정 간 합의에 따라 마련된 로드맵을 이행하는 것인 만큼, 비교적 절차가 간소한 의원 발의를 통해 입법을 추진할 방침이다.
특히 임금체불과 관련해선 정부가 의욕적으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근로감독을 통해 할 수 있는 건 이미 발생한 임금체불에 대한 처리다. 보다 중요한 건 체불 발생 자체를 줄이는 것”이라며 “정부 차원에선 사전적 행정지도를 강화하고, 입법적으론 처분 강도를 높여 사업주들에게 임금체불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주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 차원에선 상습적 임금체불에 대해 체불임금의 3배 이내에서 징벌적 배상제도를 마련하는 방안과 현행법상 형사처분 규정을 과태료 등 행정처분 규정으로 바꾸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한정애 의원은 “한 가지로 원인을 특정할 순 없지만, 형사처분 수위가 체불임금 규모에 비해 낮은 것도 임금체불이 발생하는 배경 중 하나로 보고 경제적 제재를 늘리는 방안으로 제도를 개편하려고 한다”며 “국정감사 이후에 본격적으로 개정안을 마련해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5차 전체회의에 참석한 고용노동부 김영주 장관이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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