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노동시간 단축의 공이 온전히 국회로 넘어갔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언급했던 행정해석 변경으로 노동시간이 단축되면 법적 분쟁 증가 등 사회적 혼란이 예상되는 만큼, 입법을 통해 매듭지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고용노동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이 불발될 경우 최종적 수단으로 행정해석 변경을 검토할 방침이다. 일주일의 범위에 휴일을 포함시켜 주 68시간으로 운영되고 있는 노동시간 한도를 주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방향이다. 사실상 이번 정기국회가 입법 마지노선이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합의가 안 된다고 언제까지 이 문제를 끌고 갈 수는 없다. 올해 정기국회까지도 해결되지 않으면 정부가 나서서라도 정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근로기준법에 따른 주 노동시간 한도는 소정 40시간에 초과 12시간을 더해 52시간이다. 하지만 노동시간 측정 기준이 하루에서 일주일로 바뀐 1997년부터 정부는 일주일을 휴일이 포함되지 않은 5일로 해석하고 있다. 주 노동시간 한도인 40시간은 종전 하루 노동시간(8시간)의 5일치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장에선 주 노동시간 한도가 평일 52시간에 휴일 16시간을 더해 68시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2010년부턴 법정 분쟁이 잇따르고 있다. 일주일이 5일이라면 휴일 노동시간은 주 노동시간과 별도로 인정돼 휴일수당만 발생하고 초과수당은 발생하지 않는다. 반대로 일주일이 휴일을 포함한 7일이라면 40시간을 초과한 휴일 노동에 대해선 휴일수당과 초과수당이 중복으로 발생한다. 소송을 제기한 쪽은 주로 노동자다. 주 40시간을 초과한 휴일 노동에 대해 중복 가산된 수당을 지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대다수의 하급심은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국회나 정부로선 어떤 방식으로든 노동시간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 노동시간이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의 행정해석이 잘못된 것으로 최종 판단되면 행정해석 변경은 물론, 근로기준법 개정도 무의미해진다. 기존 근로기준법상 노동시간 한도가 52시간(40+12)이 돼버리기 때문에, 그간 정부 해석에 따라 ‘주 40시간 초과 휴일 노동분’에 대한 초과수당을 미지급한 기업들은 임금을 체불한 것이 된다. 정부를 상대로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도 높다.
단 대법원 판결 전 노동시간 문제를 정리한다고 해도 행정해석 변경보단 입법을 통한 해결이 부작용이 적다. 어떤 방식을 활용하든 일정 부분 사회적 혼란은 불가피하지만, 그나마 입법을 통해선 유예기간과 같은 완충장치를 두는 게 가능하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행정해석 변경이든 입법이든 효과는 크게 다르지 않다. 미지급 수당에 대한 소급적용은 안 되지만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인 건들과 유사한 형태로 소송이 제기될 수 있다”며 “그렇다고 해도 되도록 입법적으로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행정해석 변경은 그 즉시 적용돼 유예기간을 두거나 기업 규모별로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게 불가능하다. 당장 영세·중소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관건은 입법 시기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관계자는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가 강한 만큼, 올해 안에는 입법이 해결돼야 행정해석 변경으로 가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수석 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행정해석 변경을 강구할 필요가 있겠다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세종=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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