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부동산 시장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지난 8·2대책이후 주춤하던 부동산 가격도 서울의 재개발지역과 지방 신도시를 중심으로 상승 조짐이 이어지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전 대한부동산학회 회장)의 분석을 통해 최근의 부동산시장 동향을 알아본다. <편집자>
다주택자는 왜 생겨났는가
통계청에 따르면 다주택자의 수가 3년 만에 25만명 가까이 증가했다고 한다. 지난 8월15일 통계청에서 발표한 자료를 인용하면 2015년 기준 2주택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의 수가 187만9000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15만8000명(9.2%) 증가한 수치라고 한다.
또한 다주택자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2년부터 그 수는 꾸준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2012년 163만2000명을 시작으로 2013년에는 전년 대비 3.8%, 2014년에는 전년 대비 1.6%, 2015년에는 전년 대비 9.2%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다주택자 중 3주택 이상 보유자도 증가세를 보여 2012년 33만1000명에서 2013년 33만9000명으로 소폭 증가했다가 2014년 30만6000명으로 감소했으나 다시 2015년 기준 다주택자는 기저효과의 영향으로 전년보다 28.1% 증가한 39만2000명으로 집계됐다.
2015년 기준 다주택자 역시 증가했는데 2015년 아파트 2건 이상 보유자는 69만5000명으로 2012년 대비 24.1% 증가했고 아파트 3건 이상 보유자 역시 44.8% 증가한 9만7000명으로 집계됐다.
자유시장 경제에서는 공산품을 비롯한 모든 상품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가격이 결정되고 거래된다.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공급이 부족하면 가격이 오르고 공급이 많아지면 가격이 하락한다. 또한 그 속에는 실수요자도 있으며 가수요자도 있다.
특히 부동산은 공급이 비탄력적이기 때문에 다른 상품보다 가수요가 많은 편이다. 물론 가수요가 없다면 시장은 매우 투명하고 정직해 질 것이다. 그러나 그런 시장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다주택자가 많은 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근 다주택자가 많이 늘어난 원인은 저금리 기조와 경기침체로 갈 곳 없는 유동성 자금이 부동산 규제완화 정책과 맞물리면서 시장으로 유입된 결과로 해석된다. 여기에 베이비부머세대가 은퇴를 하면서 여유자금을 이용하여 주택시장에 진입한 영향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 다주택자들 때문에 주택가격이 상승한다는 것이며 이에 정부는 주택을 매도하라고 한다.
다주택자들은 민간임대주택 공급자
그런데 지난 2016년 기준으로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주거실태조사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주택보급률은 103.5%이며 자가주택보유율은 59.9%라고 발표했다. 2015년 기준으로 수도권의 실질주택보급률은 94.7%, 서울의 실질주택보급률은 92.8%로 낮은 편이다.
정부는 8·2 대책에서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주택공급이 충분하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주택보급률은 아직 선진국보다 낮은 수준이다. 뿐만 아니라 임대주택보급은 2016년 12월 경실련 자료를 인용하면 OECD 평균 11.5%의 임대주택공급률을 나타내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겨우 6.1%로 많이 모자라는 상태라고 했다.
점점 1~2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어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주택공급을 서두르지 않으면 실질 주택보급률은 더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물론 지방의 경우 일부지역이 주택공급 과잉 현상을 보이는 곳도 있다.
그런데 주택보급률 103.5%가 무엇을 의미 하는가? 40.1%는 자기 집이 없는 무주택자라는 뜻도 내포하고 있다. 다시 말해 103.5%의 주택보급률 속에는 상당수 다주택자가 있다는 사실이다. 정부는 이들 다주택자 모두에게 집을 매도하거나 임대주택사업자로 등록을 하라고 몰아붙이고 있다.
생각해 보면 집이 없는 40.1%의 무주택자 일부는 정부가 보급한 임대주택에 거주하고 있지만 대다수는 다주택자들이 제공하고 있는 민간임대주택에 거주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다주택자의 부정적인 면만 보고 빨리 처분하라고 압력을 가한다.
사실 다주택자들 중 상당수는 월세 수익을 보고 투자한 것이 아니고 매각차익을 보고 투자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투기꾼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일시적인 다주택자와 어떤 사정으로 인하여 다주택자가 된 경우도 있으며 적은 월세라도 받기 위해 다주택자가 된 사람들도 있다. 따라서 정부가 다주택들에게 집을 팔라고 강요할 것이 아니라 문턱을 낮추고 임대주택사업자로 들어올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한국감정원이 22일 발표한 ‘9월 3주 주간아파트가격동향’ 보고서 내용 자료/한국감정원
다주택자들, 집을 매도할 것인가. 보유할 것인가?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다주택자의 대출 옥죄기는 보유 주택을 내놓고 매매에 나서라는 얘기라며 이들의 대출이 적어지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다주택자의 주택구매 대출을 사실상 차단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가 다주택자들 대부분을 투기꾼으로 보고 주택을 매도하라고 하는 듯하다. 만약에 매도하지 않으면 양도세 중과세를 부과하고 그래도 매도하지 않으면 보유세 인상이나 임대주택에 과세하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다시 또 주택가격이 상승하면 지속적으로 시장을 규제하겠다고 공언도 했다. 다주택들은 어찌해야 할지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이렇게 다주택자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규제를 하면 시장은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정책들은 매우 강력한 규제 정책으로 단기적, 일시적 효과는 나타날 것이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기 때문에 또 다시 시장에는 왜곡현상이 나타날 것이며 장기적으로 규제가 완화되면 주택가격이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정부가 시장에 강제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기 때문에 정책적 차원에서 가격이 오르는 지역에는 공급을 늘리고 공급을 늘릴 수 없다면 수요를 분산하는 정책을 내 놓아야 한다. 그럼 과연 다주택자들이 집을 매도할 것인가? 아마도 대부분 매도 생각보다는 5년만 견디자는 쪽으로 관망할 것이다.
양도소득세 중과와 장기보유특별공제 배제는 내년 4월 1일 이후 양도 분부터 적용하겠지만 당장 이들에게는 매도하지 않으면 양도세 부담이 없기 때문에 매도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별다른 유인책도 없이 정부는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임대주택사업자로 등록을 하라고 한다. 임대주택사업자로 등록을 하면 당장 의료보험이나 국민연금 등이 대폭 상승하고 소득세도 내야하기 때문에 등록을 꺼리고 있다. 다주택자가 주택을 매도하지도 않고 임대주택사업자로 등록도 하지 않으면 결국 정부는 다주택자의 임대사업 등록 의무화나 보유세 인상까지도 검토할 것이다.
규제가 최선은 아니다
정부는 지난 2012년 이후 지정 운용된 적이 없는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을 다시 지정하면서 다주택자들의 주택처분과 함께 구입을 억제하고 집값 불안 진원지인 서울의 정비사업(재건축사업 등)지역을 규제해 과열을 완화시키겠다고 작심을 했다. 이는 수요를 억제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수요가 많다는 것은 공급이 부족하다는 것이며 공급이 부족하면 가격은 상승한다. 물론 공급이 어려운 지역에는 수요를 억제해야 한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의 도시재생 뉴딜정책으로 가득이나 기대에 부풀었던 서울의 강북지역까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서 망연자실과 함께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향후 부동산시장이 안정화되면 정부는 다시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추진할 것이다.
부동산은 자연적인 특성인 지리적 위치의 고정성이 부동산 시장을 불안하게 만든다. 지역마다 그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불안전한 시장이다. 그렇기 때문에 부동산 정책도 지역별, 계층별, 물건별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
문재인정부는 가격이 급등하는 지역은 규제부터 하고 보자는 식의 규제정책을 꾸준히 밀고 갈 태세다. 다시 말하면 이번 정부에서는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그런데 규제가 능사는 아니다. 물론 투기와의 전쟁은 바람직하지만 이런 와중에 부동산시장이 침체되고 왜곡되는 일이 없도록 그리고 서민이 소외됨이 없도록 배려하는 정책을 내 놓아야 한다. 그래야만 서민들의 주거안정이 도모되고 사회적 안정화가 이뤄질 것이다. 이제는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을 늘리거나 공급이 어렵다면 규제보다는 수요분산정책을 써야 할 때다.
8·2 부동산대책발표 이후 서울 아파트값이 6주 만에 상승한 지난 2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새내역 인근 부동산 상가에 아파트 등 매물전단이 붙여져 있다. 사진/뉴시스
국가미래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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