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를 출입하는 기자들 사이에서 때아닌 명칭 논쟁이 벌어졌다. 일명 '쭈쭈바'로 불리는 막대형 빙과의 정식 명칭이 무엇이냐 였다. 비닐 속에 빙과를 넣고 흘러 내리지 않게 만든 쭈쭈바는 1976년 삼강산업(현 롯데푸드)이 혁신적으로 개발했다는 과거 사실까지 밝혀졌다.
갑자기 쭈쭈바가 기자들 입에 오르 내린 것은 바로 공정위 내부의 갑질 논란에서 비롯됐다. 공정위 6급이하 공무원들로 구성된 국가공무원노동조합 공정거래위원회지부는 6일 '갑질 근절한다던 공정위…안에서는 갑질 여전'이라는 자료를 발표했다. 이 자료에는 공정위의 과장급 이상 관리자들에 대한 직원들의 평가와 주요 갑질사례가 고스란히 담겼다.
이 사례 가운데 하나가 쭈쭈바였다. 공정위 모 과장이 사무실 냉장고에 이 쭈쭈바가 없었다는 이유로 조사관에게 짜증을 냈다는 것이다. 이 과장은 자신이 퇴근할 때 버스 예약을 비롯해 가족과 함께 가는 여행의 숙소 예약 등 개인적인 업무도 직원들에 수시로 시켰다고 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모 국장은 매주 젊은 여자사무관들과 술자리를 가졌는데, 자신이 연락하는 것은 부끄러웠는지 다른 여직원들에게 술자리 멤버를 구성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지시를 받은 여직원들은 다른 여직원들에게 사정하다시피 부탁을 해야했다. 물론 술자리에서 직원들은 국장의 이야기를 '경청'하고만 있어야 했다.
자신과 함께 밥 먹을 '식사당번'을 정하게 하고, 야근을 강요하고, 비인격적인 언행을 일삼고, 자신의 관사 청소를 시키고, 관용차를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등 갑질의 행태도 다양했다. 최근 논란이 된 박찬주 전 육군제2작전사령관 부부의 사병에 대한 갑질, 이장한 종근당 회장의 운전기사에 대한 상습적인 폭언 등 사회적으로 비난 받는 갑질과 크게 다르지 않은 사례들이 쏟아져 나왔다.
문제는 이러한 갑질들이 바로 공정위 안에서 벌어졌다는 것이다. 갑질 자체도 비난 받을 일이다. 하지만 '을의 눈물'을 닦아주겠다고 나선 공정위 내부에서 부하직원에 대한 갑질이 있었다는 것은 앞으로 공정위의 행보에도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취임과 동시에 공정위가 국민들로 부터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7월부터는 '신뢰제고 태스크포스(TF)'가 꾸려졌다. 이번 고위간부들의 비위가 이례적으로 드러난 것은 어쩌면 공정위 개혁의 신호탄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제 공정위가 해야할 일은 분명해졌다. 예산과 관용차량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분명한 불법행위는 엄중처벌해야 하고, 공무원의 위신을 훼손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이에 대한 징계와 함께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갑질의 산물이었던 '쭈쭈바'가 공정위에도 혁신을 가져오길 기대한다.
이해곤 정경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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